김순남 시인, “들꽃 통해 사람과 민중 삶 봐요”
돌문화공원 4월 16일까지 ‘탐라신화’ 사진전

김순남 시인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핀 들꽃 사진.

쪼끌락은 작지만 야무지다는 제주어인데/

애당초 순남 언니를 두고 생긴 말처럼/

맞춤한 듯 딱 맞아 떨어진다/

생김도 행동거지도/

주목해야 눈에 띌 정도라서/

얼핏 보면 어수룩해 보이지만/

단단하기가 몽돌 같기 때문이다/

그 지극함으로 사람을 사랑했다면/

남은 생 덜 적적할 테지만 일편단심이다/

그것도 주로 쪼끌락한 것들만 편애한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던/

신경림의 시처럼 언니도 그랬던 걸까/

심심상인이라는 듯 꽃들도/

언니가 들이대는 낡은 카메라 앞에선/

스스럼 없다/

 

시인이니 시로 쓰면 되지/

웬 유희일까 심드렁하던 참인데/

사진전 기별이 와 걸음해 보니/

어디에도 사진은 없고/

아뿔싸! 액자마다 시가 걸려있지 않은가/

 

우주를 맨몸으로 떠받들고 있는/

쪼끌락하고도 곱들락한/

순남언니의 시 - 손세실리아

 

김순남 시인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4월 16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탐라신화’를 주제로 기증 사진전을 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꽃은 사람이다. 꽃을 통해 사람을 본다고 했다. 그는 “꽃을 보면 사람이 보여요”라며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꽃에 대입시켜 보는거죠. 그럼 참 기분이 좋아지거든요”라고 웃었다.

그는 들꽃 사진을 찍으며 시를 짓는다고 했다. 그는 “제가 들꽃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건 아니에요. 다만 들꽃을 찍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마치 시 처럼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꽃들이 피어 있는 자리를 기억했다가 이듬해 다시 찾는다. 그리고 인사를 나눈다. “저 왔습니다”, “잘 지내셨냐”라고.

꽃에서 사람을 보고 싶어서 찾아 다닌다는 그는 제주도 곳곳을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오름, 길, 한라산 가리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 물과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들꽃을 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는 ‘기계치’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도 보내지 못한다. 성능이 좋고 비싼 카메라, 렌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오로지 ‘똑딱이’로 꽃을 찍는다. ‘꽃을 찍어 시를 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그는 “누군가 그랬어요. 제 사진에 순정이 있어서 좋다구요”라며 “전 기계치에요. 그래서 사진 편집도 하지 못해요. 수평은 말할것도 없고요. 오롯이 꽃의 있는 그 모습만 찍는거죠”라고 웃었다. 

그는 이번 기증전을 위해 수만장의 사진중에 1만장, 5000장, 500장, 100장, 50장을 골라냈다. 그러면서 모든 사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김순남 시인이 17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자신이 촬영한 사진 아래서 자세를 취해보이고 있다.

그는 전시된 사진을 한장 한장 설명하며 “풀꽃을 찍을때 보통 햇살이 잘 들지 않은 곳으로 가는데 그러면 햇살이 나올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나무그늘 사이로 햇살이 조금비출때 까지요. 그때 사진을 찍는거죠”라며 “보통 힘든일이 아니죠. 원하는 사진을 찍을때까지 10번도 간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풀 한포기, 꽃 한송이도 소중하게 생각해 걸을 때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제주 식물, 자연이 깨지고 다치는게 가장 가슴 아파요”라며 “처음에 해안도로 생길때 ‘꺼이꺼이’울어서 친구들이 많이 걱정했거든요”라고 기억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보면 강정 구럼비 바위에 피어 있는 들꽃사진도 있다. 

한편 김순남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회원, 정방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1999년 ‘한라산지킴이’ 문화예술 분과위원장, 2003년 한라산 국립공원 ‘한라산 연구소’ 자문위원을 지냈다.

1979년에는 김순남, 강현철 2인 시화전을 시작으로 1999년 시화전(세종갤러리, 그림 : 고길천, 홍진숙, 김연숙, 오윤선 등)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시집 ‘돌아오지 않는 외출’, ‘누가 저 시리게 푸른 바다를 깨트릴까’, ‘그대가 부르지 않아도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 등이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김순남 시인이 촬영한 애기천마 사진
김순남 시인이 촬영한 한라천마 사진.
김순남 시인.
김순남 시인이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순남 시인이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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