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자전거로 세계일주 셀린느·사비에 파쉬 부부
유목생활 중 딸아이 출산…온 가족이 재방문 ‘화제’
길이 이끄는 대로 달리며 각 지역 문화속으로 ‘풍덩’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부부가 5일 오후 서귀포시 화순면 숙소 앞에서 딸 나일라(Nayla)와 촬영을 하고 있다.

2010년 뉴질랜드에 닿는 것을 목표로 스위스 로잔 인근의 고향마을을 떠날 때만 해도 셀린느 파쉬(Celine Pasche·35)와 사비에 파쉬(Xavier Pasche·37) 부부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줄은 몰랐다.

건축가인 사비에가 인류학자이자 등산지도자인 당시 여자친구 셀린느에게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 하자’는 제안은 3년간의 여정. 그러나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고 이들의 ‘자전거 유목민’의 삶은 평생을 추구할 만한 ‘삶의 형태’가 됐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가족 가운데 셀린느와 딸 나일라(Nayla)가 제주도에 도착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제주도를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 유목민 부부를 5일 오후 3시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위치한 숙소에서 만나 자전거 유목생활에 대해 물었다.

파쉬 부부는 4년 전에도 제주를 들른 바 있다. 자전거로 일주하며 보고 느낀 제주를 다시 경험하고, 이를 네 살배기 딸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만 4년간의 개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가족 가운데 사비에와 딸 나일라(Nayla)가 제주도에 도착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느낌은 어땠나?

=4년 전 봄에 처음 방문했다. 들판에 핀 꽃들과 파란 하늘이 마음에 들었다. 음식도 맛이 있었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보통 캠핑을 하는데 겨울에 여행하다 보니 나일라(Nayla, 딸)가 힘들어 해서 방을 구했다. 6주 동안 한국에 있을 건데 제주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돌아오고 싶었는데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바다와 현무암 해변이 기억에 남는데, 4년 만에 너무 많이 개발이 됐다. 어떻게 보면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가족 가운데 사비에와 딸 나일라(Nayla)가 제주도에 도착한 뒤 형제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제주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일종의 휴식기 삼아 왔다. (자전거 등 장비) 정비도 하면서 홈페이지 정비도 하고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주의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합기도를 하는 아이를 만났다. 나일라는 체험도 하고.

한국음식이 너무나 맛있다. 제주에서는 흑돼지와 각종 해초 요리가 인상적이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부부가 딸 나일라(Nayla)와 일본 홋카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15년 세계유랑의 1부를 끝낸 파쉬 부부는 스위스로 복귀, 2013년 딸을 낳고 난 뒤 1만5000㎞의 여정을 중심으로 책을 낸 뒤 강연회도 열었다. 그리고는 지난해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부부가 제작한 동영상.

-두 번째 여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북극해 주변의 일본, 몽골, 러시아의 시베리아, 북유럽, 캐나다 등을 도는 여정(영어로 The Great Northern Horizon)이다. 지난해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출발했다. 한국에는 1월초 부산으로 입항해 며칠 있다가 제주도로 왔다.

이번에는 세계의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잡지(Enfants du Monde, 세계의 아이들)를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고 타고하는 아이를 인터뷰했다. 나일라도 체험했다.

‘사람들을 믿어보자’며 자전거에 자물쇠도 채우지 않고 있다. 그래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르에서는 자전거에서 떨어진 물건을 스쿠터를 타고 굳이 갖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가족 가운데 사비에가 러시아 시베이라 도로를 달리던 중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제껏 여정 중 일화가 있다면.

=몽골에서는 영하 30℃의 혹한 속에 달렸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서 딸아이는 같이 하지 않았다. 호주의 사막에서는 53℃의 혹서와 싸웠다. 마을과 마을 사이가 1200㎞에 달해 그동안 필요한 음식물은 지나는 캐러밴 차량에 운송을 부탁하기도 했다. 출발할 때 물 60ℓ를 싣고 달렸지만 모자라서 중간중간 식수를 구해야 했다.

사비에의 제안에 마음이 맞아 출발한 세계여행, 두 부부는 1년 만에 ‘여행 이상의 것이 되겠다’고 깨달았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이렇게 가정을 꾸려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 와중에 인도네시아 페낭에서 나일라가 태어났다. “길이 이끄는 대로” 달리는 이들은 ‘자전거로 세계를 경험한다’는 목표 아래 ‘균형’을 잡으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부부 중 셀린느가 인도의 사막에서 자전거를 끌고 있다.

-자전거 유목민으로서 살겠다는 결심은 언제 했나?

=여행을 시작한 지 1년 뒤에 ‘단순히 여행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양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이 지나자 결심이 섰고, 가정을 꾸리기로 했다. 그런 와중에 2013년 나일라가 태어났다.

(셀린느는 이 시점에서 “사비에가 ‘힘들다’고 하면 ‘당신이 먼저 제안했지 않느냐’며 말하면 된다”며 웃었다. 사비에도 이에 동조하면서도 ‘아직까지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웃음을 보탰다.)

어려울 때는 목표가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자전거로 세계여행은 하나의 목표에 불과하지만, 길이 이끄는 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부부가 진행 중인 '세계의 아이들(Enfants de Monde)' 프로젝트 홈페이지(www.ylia.ch) 대문 화면.

-자전거 유목생활의 장점은 무엇인가?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곳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로 다니며 차창 너머로 보는 세계와는 다르다. 지역민들과 소통하기도 싶다. 말 그대로 ‘지역의 문화에 뛰어들고 이를 경험하는 것(diving in and experiencing the culture)’이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과도 어떻게든 소통하게 되더라. 나일라는 아이이다 보니 더 쉽게 어울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문화 이상을 경험하게 된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세계를 돌고 있는 셀린느·사비에 파쉬(Celine·Xavier Pasche) 부부가 운영 중인 홈페이지 대문 화면.

2월 20일 한국을 떠나 타이완으로 떠날 계획이라는 이들 부부는 “현실에서 균형이 깨지면 언제든지 그만 둘 생각”이라며 한동안 끝없이 이어질 여정을 예고했다.

파쉬 부부는 사비에가 여정을 스위스의 신문사에 기고하는 원고비와 나일라와의 1만5000㎞ 여정을 중심으로 담은 책(Nomades au Coeur des Elements: Un Voyage Initiaque a Velo) 판매수익으로 여행경비를 충당한다.

비행기삯이나 배삯, 장비 등을 모두 포함해 한 달에 미화 1100달러 정도를 쓴다고 했다. 전 세계 자전거 여행객들이 모이는 ‘웜샤워스(warmshowers: 
www.warmshowers.org)’ 홈페이지를 통하면 각종 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파쉬 부부는 자신들이 만드는 ‘세계의 아이들’ 잡지에 실을 아이들도 섭외 중이라며 관심 있는 독자들의 연락(nalo@ylia.ch)도 부탁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