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시, 들불축제 1회용품 사용 전면금지 '논란'
메뉴얼 없이 "개인식기 지참해라"…"어떻게든 되겠지" 대처

[뉴시스] 지난해 들불축제 전경.

시민 불편을 볼모로 쓰레기 요일별 배출을 강행한 제주시.

"시민이 엄살핀다"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고경실 시장이, 이번에는 관광객 불편을 볼모로 들불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2017 제주 들불축제'를 친환경 축제로 개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은 행사장 내 1회용품 사용 전면 금지.

지난해 제주시는 음식문화축제(10월 21~23일) 진행시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문화축제를 시도한 바 있다.

축제장 한쪽에 마련된 부스에서 1000원을 내고 식기를 대여한 뒤 시식코너와 음식점 천막에서 이용한 뒤 반납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부족한 시식코너, 길어지는 대기 시간 등으로 결국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켰다는 평이었지만, 제주시는 "첫날에는 다소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둘째날 이후부터 이용자들도 공감하며 적극적 지지와 동참이 있었다. 친환경 문화 축제의 장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이 여세를 몰아 들불축제서도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민일보DB]들불축제장을 가득 메운 인파.

문제는 음식문화축제와 들불축제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이냐다.

음식문화 축제의 경우 3일간 3000여명이 방문했지만, 들불축제는 적어도 수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제주의 대표 축제 중 하나다.

음식문화 축제처럼 식기를 대여하는 방안은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다.

행사장 내 노점상과 음식 천막 부스 등의 운영도 문제다.

1회용품 사용 전면 금지는 노점상들로 하여금 사실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셈이고, 음식 천막 역시 운영이 모호해진다.

더욱이 새별오름 행사장은 상하수도 시설도 애매해 식기 세척이 여의치 않다. 이 경우 대개 식기에 위생비닐을 덧씌워 설거지를 줄이게 되지만 위생비닐 역시 1회용품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제주시는 1회용품 사용금지 방침만을 정했을 뿐, 세부적인 메뉴얼은 마련하지 않았다.

본인이 사용할 식기를 지참했을 경우 인센티브로 종량제 봉투를 제공하는 방안과 읍면동별로 협조공문을 보낸게 현재로서는 전부다.

도민·관광객이 겪을 불편과 행사기간 내 혼란은 쓰레기 줄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관심 밖인 것이다.

한 시민은 "개인 식기 가져와서 축제를 즐기라고 하면 올 관광객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차라리 행사장 내에 분리수거함을 늘리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방안으로 가야지, 홍보성 쓰레기 정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래도 최소한 구체적 메뉴얼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식의 행정은 지양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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