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활환경과 7~8급 인사때 시장이 직접 사무분장도
과장 고유 업무사항…쓰레기 대책 추진 vs 줄세우기 일환일뿐

이쯤되면 엇나간 사랑일수 밖에 없다.

최근 제주시가 알다가도 모를 이상한 인사로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고경실 제주시장이 생활환경과 7~8급 직원들의 사무분장까지 직접 조정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지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쓰레기 시장'이라고 불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고 시장은 쓰레기 정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시민 반대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요일별 배출을 강행하는 등 쓰레기 문제 해결에 추진력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2017년도 상반기 정기인사를 보면 고경실 시장의 쓰레기 사랑은 엇나간 사랑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일제 배출 시행의 선봉에 섰던 생활환경과는 아주 공중 분해됐다.

본보(제주도민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요일제 배출의 책임(?)을 물어 과장이 자리를 옮겼고, 계장(6급) 4명 중 3명까지도 자리를 옮겼다.

전보 조치된 계장 3명 가운데 2명은 도서지역(추자, 우도)으로 갔다. 요일별 배출과는 동떨어진 자원순환계를 제외한 7~8급 전원이 교체됐고, 청소운영계는 단 한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다 교체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 노조에서도 '인사권자의 입맛에만 맞춘 인사'라고 혹평을 내릴 정도다.

사실 이같은 인사배경을 놓고 내부에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쓰레기 요일별 배출과 관련해 제주시장과 청정환경국(생활환경과)간 마찰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오죽하면 바른 말을 하는 과장과 계장, 그리고 직원들을 다 바꾸고 공무직과 9급만 남겼다는 소리마저 나올 정도니 말이다.

특히 인사가 예고됐던 지난 11일, 생활환경과로 자리를 옮겨오는 직원(7~8급)들을 시장실로 호출해 시장이 직접 사무분장을 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사무분장은 과장의 고유 권한인데도 이를 뛰어넘었거나 무시됐다는 얘기다. 시장의 과도한 간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제주시는 "이번 인사에서 쓰레기 대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기획력·추진력 있는 인물을 생활환경과에 전진 배치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시장이 직접 사무분장이 이뤄졌던 부분은 맞다. 그러나 계속된 인사와 관련된 언론보도로 생활환경과 내에서 다시 조정이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를두고 공직 내부에서 조차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6시 제주시청 동쪽 클린하우에서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페트병을 일제히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쓰레기 대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어쩔수 없다는 쪽과 과도한 간섭, 아니면 시장이 나서서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등 다양한 평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공무원은 "하다하다 시장이 직접 실과 사무분장까지 하느냐…, 전형적 줄세우기의 표본"이라며 "갈수록 관료주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주시 현안중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쓰레기 문제를 힘을 모아 다함께 총력을 기울여 해결하려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조직의 힘을 빼고 공무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려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는 게 아닌 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어긋난' 쓰레기 사랑은 공무원들이 대놓고 터뜨리지는 않겠지만 결국 내부 반발 등으로 추진동력을 잃은채 표류하지 않을 지 우려되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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