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상·이동경로 조사없이 시설…배수로 성격 강해

자연을 생각하지 않고 도로를 만드는 바람에 동물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도시 확대와 교통수요 증가에 따른 도로건설로 인해 수 많은 동물들이 도로위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도로를 건설하면서 생태이동통로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치된 이동통로 역시 실제 서식하는 생물종의 종류와 이동경로 등 폭넓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도로와 1100도로, 산록도로, 평화로, 번영로 등을 잇는 도로 등 수 백개의 도로가 있다. 하지만 생태이동통로는 2009년 말 기준으로 1100도로 4곳, 번영로 17곳, 평화로 4곳, 서성로 12곳 등 47개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실제 예산을 투입해 시설한 곳은 5?16도로 2곳과 1100도로 4곳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배수로 기능을 겸하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평화로에는 생태이동통로 4곳이 있지만 배수로 기능을 겸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돼 있어 나무나 풀이 자라지 못해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있다.

경마장 인근에 있는 한 생태이동통로 높이 약4m 정도 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돼 있다. 생물이동통로라기 보다는 밭에 가는 차량이나 배수로를 위한 시설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통로 바닥에는 자동차 바퀴 자국만 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생물이동통로를 만들 때 그 지역의 동물상과 이동경로 등 철저한 사전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평화로 등 도로에 설치된 생물이동통로 대부분은 공사하기 편한 곳이나 위치가 적합하지 않은 곳에 시설돼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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