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가보훈처장은 ‘국회 파행 제조기’ 별명
제주선 민원인을 ‘범죄자’ 취급…도의회 파국 유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최장수 국가보훈처장’이라는 명예와는 어울리지 않게 사고를 많이 친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11년 말에는 민주화 세력을 ‘종북’으로 규정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 DVD 1000개를 만들어 배포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제18대 대통령 선거 전에는 안보 강연에서 당시 박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5년에는 광주 5.18 기념식 때 망월동 묘지관리소장이 경과보고를 하도록 해 기념식 위상을 격하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기념식을 앞두고는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3성 장군 출신에다 대통령의 든든한 배경(?) 때문인지 야당은 물론 여당 국회의원한테도 기죽지 않는 행태를 보여 ‘국회 파행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박 처장의 다양한 돌출행동으로 국가보훈처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제주지방보훈청에서도 박 처장의 행보 못지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6일 제주도의회 제347회 제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황용해 제주지방보훈청장.

“애국지사 용어사용 범죄” 제주보훈청장

바로 황용태 제주지방보훈청장. 황 처장은 6일 속개한 제주도의회 제347회 제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했다가 제주도의원들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발단은 이선화 의원과의 질의응답 때였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오라동 주민들이 지난 3일 개최한 ‘제4회 조설대 집의계 애국 선구자 경모식’에 청장의 참석을 요청하러 갔다가 ‘수모를 당했다’는 민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황 청장은 ‘애국지사’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한 제주보훈청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범죄자’로 지칭했다. 이에 이 의원과 논쟁이 시작됐지만 김경학 위원장이 ‘일단 마무리하자’고 종용하면서 겨우 확대를 막았다.

황 청장은 강건한 태도는 오후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안창남 의원이 “오전에 답변을 듣고 귀가 의심스러웠다”며 제주도민과 집의계 선구자 후손, 오라동민에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황 청장은 듣지 않았다.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와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항변을 이어간 황 청장은 사진자료까지 들먹이며 ‘애국지사’라는 표현을 쓴 관계자들에게 ‘범죄행위를 했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부적절한 비유’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의원과 다시 문답하면서 “도의원이 호통 치는 자리냐”며 따지고 들면서 결국 예결위가 정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제주도의회 이선화 의원이 6일 속개한 제347회 제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질문하고 있다.

“보훈가족 명예 관한 일”이라지만…

황 청장은 지난 6월 17일 열린 도의회 제341회 제1차 정례회 예결위 심사에서도 “사실 제주에 보훈청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발언으로 도의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황 청장은 이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애국지사’라는 용어를 쓰지 말도록 수차례 설득했음에도 사용을 강행한 주최 측에 책임을 돌렸다.

또, “보훈청장이 정당한 활동하고 있는데 지원은 못해줄 망정”이라고 해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황 청장의 이같은 태도는 법적 용어와 일상용어를 굳이 구분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경직된 사고로 인해 도민의 정서를 읽지 못하는 일종의 ‘지독한 난독증’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서 황 청장은 “광복회원들과 상이군경, 보훈가족들이 항의전화를 많이 한다”며 책임에서 벗어나려 변명했다.

지난 6월에도 “제주도내 보훈단체에서 국가사무 소속으로 환원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부연한 것과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황 청장은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며 “하루 빨리 자료를 발굴해서 관련자들이 애국지사로 지정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말로 이날의 논란을 마무리했다.

이미 제주도의회는 물론 도민들의 가슴을 몇 차례나 휘젓고 난 때늦은 덕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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