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발간...해녀 삶 통찰

가슴으로 숨을 쉬는 여인들, ‘해녀’. 너른 바다가 감싸 안은 제주섬은 오늘도 이 여인들의 숨결에 얹어 호흡하고 있다. 치열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제주올레길을 내며 제주의 숨은 비경과 속살을 알린 ‘서명숙’ 이사장. 그녀가 이제는 삶의 진정한 고수, ‘제주해녀’를 통해 인생을 헤쳐 나가는 법을 펼쳐 놓았다.

그 비법이 담긴 책은 바로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숨’으로 인생을 일궈온 해녀들의 이야기를 엮어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숨가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류애’를 알리고 있다.

서명숙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8년간 해녀 심층 취재를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법환 해녀학교’ 1기생으로 해녀 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지난 제주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꿋꿋하게 소신을 지켰던 해녀들의 삶을 담아냈다. 고된 삶에 나날이 억척스러워지면서도, 따뜻한 공생의 덕을 잊지 않는 해녀들의 마음을 풀어냈다. 대자연을 일터로 삼았기에 그만큼 강인하고, 그만큼 유연한 ‘모순적인’ 해녀들의 유쾌한 목소리를 가슴 찡한 울림으로 재현해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살아서 전설이 되다’는 올레 바당길(바닷길)에서 만날 법한 우리네 해녀들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2부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해녀의 삶’에서는 해녀항일운동, 4.3민중항쟁 등 엄혹한 시대를 지나온 해녀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낸다. 3부 ‘고수들의 신세계’에서는 자신을 품어주는 바다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해녀들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메시지를 던진다. 4부 ‘해녀학교를 아시나요’에서는 해녀학교에 모인 개성 만점 유쾌 발랄 예비해녀들의 모습을 통해 제주 해녀의 미래를 그려낸다.

인류 최초의 전문직 여성인 ‘해녀’들. 이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가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녀들의 물결치는 숨결을 듣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이 책을 통해, 가녀린 몸으로 드센 물살을 가르며 스스로 여왕이 된, 살아서 여신이 된 여인 ‘해녀’들을 만날 수 있다. 과연 그뿐일까. 책장을 덮고 난 후, 숨비소리 ‘호오이’가 아닌 내지르는 숨소리 ‘아핫!’을 듣는 경지에 이를지도.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글 서명숙/276쪽/1만5천원/북하우스 퍼블리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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