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법인세 최소 7억원 상당…대손충당금 과다 적립 등 원인
'농민 위해 써야하는…' 지도경제사업비 수익금 관행적 이월 '눈총'

제주시농협 본점.

제주시농협이 세무조사 결과 수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농민들을 위해 써야 하는 지도경제사업비 잔여금을 이월해 수익으로 잡는 등 부적절한 관행을 되풀이해 온 것으로 전해져 방만한 재정운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일 <제주도민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농협에 대한 법인세 세무조사 결과, 수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부과된 추징금액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으나 최소 7억원 상당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10억원까지 늘어날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추징금액은 2~3가지 사안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부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은 대손충당금 과다 적립 부분.

대손충당금은 회사가 거래처로부터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채권에 대한 비용처리를 하기 위해 설정한 계정으로 사실상 예비비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예비비는 말 그대로 '예비비'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돈을 쓰는 출처가 불분명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농민들의 지적이다.

대개 적립비율을 100~120%(농협중앙회 권고사항)로 설정하지만, 제주시농협은 이보다 높은 130%로 설정했다가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됐다.

지도경제사업비 이월 역시 추징금에 따른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경제사업비는 농민 또는 단체들의 교육, 행사에 지원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집행권한이 조합장에게 있는 사실상 쌈짓돈이다.

또한 지역농협에선 사업비가 남을 경우 이월해 수익금으로 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세무조사 적발사항이 된다.

특히 지도경제사업비인 경우 농민을 위해 써야 하는 부분임에도 잔여금을 이월해 수익금으로 잡는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시농협 일도지구 하나로마트.

지난 28일 열린 제주시농협 대의원회에서도 이 추징금 부분이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참여한 모 대의원에 따르면 회의 결과 추징금을 일단 납부하되, 중앙회 권고사항인 만큼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정리됐다.

제주시농협측은 "대손충당금 등은 중앙회 권고사항을 따랐을 뿐이다"며 "조세심판 청구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은 "제주시농협이 방만한 운영으로 추징금이 나온 것 아니냐"며 "이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도내 한 농협 전문가는 “보통 지역농협은 당기순이익의 20~25%를 법인세로 낸다. 그래서 농민과 조합을 생각하는 조합장들은 조합원들의 복지, 배당에 더욱 신경써서 당기순이익을 최소화해 세금을 피하게 된다”며 “그러나 제주시농협의 법인세 추징금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조합장이 조합경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도내 많은 농협들이 지도사업비 등 조합원들을 위해 써야할 돈을 남겨서 이를 당기순이익에 포함시킨다”며 “그래야 '최다 당기순이익 달성' 등 이유로 포상도 받고 외부적으로 더 알아주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제주시농협 A조합장은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자신의 과수원에 농업용 창고로 허가받아 건축물을 지어놓고는 용도변경도 없이 사실상 주택용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파악돼 물의를 빚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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