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판매능력 부족 창고에서 썩는 일 다반사
농민들, “APC 능력부족 결국 농민에게 피해”

[제주도민일보 DB] 감귤 선과장

새로운 유통 체계 확립을 위해 도입한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당초 APC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 판매를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하지만 도내 일부 APC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 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서귀포 관내 한 농협 APC는 농민들이 출하한 감귤을 판매하지 못해 창고에서 썩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한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

결국 APC의 전문성 부족과 유통, 판매 기능 저하로 농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높아지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마을단위 작목반이나 소규모 선과장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도정은 보조금을 지원해 APC를 세워 농산물 유통의 규모화를 꾀한다는 방침이었다. 규모화된 유통 시스템으로 농민들은 생산에 전념하고, APC가 유통과 판매를 전담케 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사실상 APC가 농민들에게 짐이 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 서귀포 관내 한 농협 APC는 저장하고 있던 감귤을 처리하지 못해 1주일 동안 농민들의 감귤을 받지 않다 최근에야 다시 물량을 입고시키기 시작했다.

한 농민은 “올해 감귤은 품질도 좋고, 맛도 좋다. 근데 어찌된 영문인지 농협APC에서 감귤을 받지 않았다”라며 “그렇다 보니 이미 수확해 놓은 감귤이 농가 창고에서 썩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민일보 DB] 감귤밭에서 바라본 한라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민들이 출하한 감귤이 농협APC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소비지 시장으로 나가기까지 10여일 정도 걸린다는 것. 이 과정에서 감귤은 또 다시 썩는 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농민 김모 씨는 “농가에서 출하돼 APC로 들어가면 10일 정도 후에 소비지 시장으로 출하가 된다. 그러는 사이 감귤은 상하기 마련”이라며 “근데 이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농민들에게 돌아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농협의 판촉능력 부족이라고 꼽았다. APC에 있는 물량을 조속히 처리해야 농가들이 보유한 감귤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농민은 “개별 농가가 감귤을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농협을 믿고 맡기는 것 이다. 더욱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APC를 만들어 놨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농민들이 출하한 감귤을 썩게 만들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감귤 가격을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밀어내기 식 영업 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농협 APC에서 근무했던 A씨는 씨는 “결국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구조”라며 “기존의 농산물 유통, 판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PC를 만들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 농협APC는 감귤을 처리하지 못해 마당에 감귤을 쌓아 놓고 천막천으로 덮어 놓는 일도 발생해 감귤이 썩어 나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민일보 DB] 올해 초 냉해 피해를 입어 떨어진 감귤.

농민들은 이에 따라 소규모 지역단위 선과장과 작목반을 부활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감귤위원회 위원장은 “물론 행정 입장에서는 관리의 용이성과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규모가 좋을 수 있겠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소규모 작목반과 지역단위 선과장을 부활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또 “농민들에게 감귤의 적정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농협이 매취사업을 벌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매취형 수탁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농민들이 성급하게 수확해서 창고에 저장, 썩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제주도에는 총 7개의 산지유통센터가 들어서 있다. 서귀포 권역에는 남원, 중문, 토평, 위미, 표선에 있으며 제주시 권역에는 애월, 조천, 한림에 유통센터가 설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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