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마치고 나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재진의 질문세례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 (최순실 사태, 청와대 수습 지휘부는 김기춘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허무맹랑한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비서실장이 과연 비선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모든 사건을 전면 부인하면서 최 씨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선을 그어왔다. 심지어 한 언론인터뷰에서는 "최순실 국정개입은 까맣게 몰랐고,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씨에 대해) 보고 받은 적 없고,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고, 전화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돌봐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감독도 "최 씨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으로 구속 수감된 최순실 씨가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차 감독을 만난 적은 있지만, 최 씨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김종 전 차관에 대해서는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이같은 완강한 부인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먼저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40여년간 박근혜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당시 중앙정보부 핵심 간부를 지냈고 이후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보에 민감한 검찰 출신으로 무려 40여년을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보좌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는 점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최 씨의 남편 정윤회 씨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2013년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때 김 전 실장과 최 씨가 동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해명은 없다.

결정적으로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파동' 당시 해당 문건에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당시 이를 묵살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 전 실장은 최씨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뉴시스]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묵인, 방조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김 전 실장을 소환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난 게 없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야권은 김 전 실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은 더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김 전 실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며 "최순실 국정개입을 몰라 자괴감이 들었다는 거짓말을 넘어 기억상실 수준의 말을 하는 김 전 실장은 박근혜-최순실과 한 통속이라는 정황과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인 김 전 실장은 지금이라도 제 발로 검찰로 찾아가 수사를 자처하라"며 "그것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고, 수많은 업적을 남긴 장본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제 발로 검찰에 출두하지 않으면, 검찰은 김기춘-우병우-신동빈을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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