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호떡골목서 장사하는 송정심 씨
2대 50여년 걸쳐 제주 사람들의 겨울 위로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되면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동문시장 ‘호떡’. 요새는 씨앗호떡이다, 치즈호떡이다 별별 호떡이 다 나와 미각을 간질이지만, 동문시장 호떡만큼 달콤한 호떡은 없다.
호떡 속 배어나온 설탕물이 입안을 맴돌 때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다 뜨거워 입을 데여도 그저 훈훈하기만 하다. 매서운 바람마저 고소한 기름냄새에 취한 듯, 성급한 걸음을 멈춘다. 베어 문 호떡 한 입에 겨울은 그 어느 계절보다 따스한 계절이 된다.
이 겨울을 50년째 지켜주는 든든한 이가 있다. 바로 동문시장 호떡골목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송정심 씨. 송 씨가 운영하는 동문호떡은 50여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다. 어머님이 20여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송 씨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동문호떡에서 파는 호떡은 1장 당 단돈 500원이다. 부담이 없다. 이에 송 씨는 “500원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라며, 넉넉함을 굽고 또 구워낸다.
20년 이상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 가게는 어느덧 단골들의 사랑방이 돼 버렸다. 특히나 어수선한 시국이니만큼 사람들은 호떡을 하나 베어 물고 이 얘기 저 얘기를 건넨다.
이에 송 씨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스스로 돈을 벌어 삶을 꾸려 나가는 것도 행복인데, 저들은 모를 것”이라면서 “힘들겠지만, 다들 착실하고 열심히 살라”라는 조언을 던진다.
송 씨도 이 장사를 하며 딸 셋, 아들 하나, 총 4명의 자식을 키워냈다. ‘한 장 당 500원, 백 장을 팔아도 50000원’이라는 셈 속,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재물의 많고 적음이 삶의 행복을 만드는 요소는 아닌가보다. 그렇기에 송 씨는 그 누구보다 네 자녀를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워냈다. 이 또한 송 씨의 큰 자랑이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니 보다 붐비기 시작하는 호떡거리. 그러나 송 씨에 따르면 장사를 위해서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 송 씨도 새벽이면 일어나 호떡 반죽과 설탕소 등을 준비하고는 밖으로 나선다. 오전 9시가 되면 장사를 개시, 오후 8~9시까지 부지런히 호떡을 굽는다. 이 일을 사시사철 매일 해 오고 있다.
“물론 손님이 몰리려면 날씨가 너무 추워서도, 너무 더워서도 안 돼. 그렇다고 나까지 날씨에 맞춰서 장사를 할 수는 없지. 여름 같은 경우 장사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단골들도 있고 나름 괜찮아.”
이날도 밖에는 궂은비가 내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김에 동문호떡에 들러 호떡을 사들고 가는 사람들로 인해 송 씨의 손은 더욱 부지런히 움직였다.
시린 손을 데워가며, 빈속을 채워가며 먹는 호떡 한 장. 흘러내리는 설탕 소가 옷에라도 흐를세라 호들갑 떠는 동안 추위도 멀리 달아난다.
찬바람 부는 계절, 검은 봉지에 호떡을 네 개 담아 집으로 향한다. 올 겨울이 가기 전, 바람에 몸이 에일 때면 다시 이 골목이 떠오를 것이다. 사시사철, 출출한 이의 속사정을 잊지 않았다는 듯이 호떡을 파는 송 씨의 얼굴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