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벤처마루서 ‘바라’ 창립총회 및 학술토론회 진행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25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 중강당에서 '바라' 창립총회 및 ‘제주를 담은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적 대안 모색을 위한 학술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 길잡이, 역사가 되는 ‘문화’. 그러나 사람을 부패로 유혹하고, 침략과 폭력을 양산하기도 하는 ‘문화’. 이러한 ‘문화의 양면성’을 직시하고 ‘지속가능한 생태적 문화’를 꽃피우고자 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바로 우리 문화의 보고인 ‘제주’에서 말이다.

25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 중강당에서 ‘제주를 담은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적 대안 모색을 위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문화예술교육연구소 ‘바라’의 창립총회와 함께 열렸다. ‘담을수록 커지는 그릇’이라는 이름 뜻처럼 연구소는 ‘지식을 담을수록 마음 그릇도 커지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제1부 창립총회, 제2부 학술토론회로 나눠 진행됐다.

제1부 창립총회에서 김재영 회장(작가, 문학박사)는 △문화예술 힘으로 세계화 선도 △문화예술 전문인 양성 △문화예술 자유공동체를 목표로, “천혜의 자연자원을 품은, 우리문화의 보고인 제주에서 지속가능한 생태적 문화와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꽃피우는 일의 그 첫발을 떼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 김재영 회장이 창립총회에서 연구소 소개 및 취지문을 선언하고 있다.

이어진 제2부는 6명의 발제자와 토론자가 예술교육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대안대학의 사례와 지향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왜 대학이 이 지경으로 변하였는가”라는 질문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낸 뒤, 국외의 미국 딥스프링즈 대학, 프랑스 파리 8대학, 영국 슈마허 대학, 국내의 지순협 대안 대학을 실례로 ‘새로운 대안 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의 4 대학은 학문, 노동, 자치, 생태, 공동체 등의 가치를 중시하며, 무엇보다 교육의 기회 균등, 자유로운 학문 연구를 지향하는 대학들이다.

특히 한국의 지순협 대안 대학은 ‘공감 협력 교육’을 이념으로 설정, 통섭형 교과과정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2년 간 학사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일반 대학 운영방식과 비슷하게 운영된다. 그러나 교과내용에 특별한 차이가 있다. 모든 교육과정의 중심에는 본인의 삶이 놓여 있으며, 전공에 제한받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스스로 찾아 수강한다. 운영원칙으로는 △지적 평등성과 민주주의의 실천 △공감과 협력의 교육 △적녹보라 패러다임(적색-노동운동, 녹색-생태운동, 보라색-여성운동) 세 가지로 세워, 철저히 지키고 있다.

결국 위의 대학들을 통해 이 교수는 ‘교육적 혁신’을 주장했다. “교육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되찾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주체로서 만인이 만인과 투쟁하는 이 체제를 변혁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한 대안 대학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은 ‘마을공동체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권 본부장에 따르면 성북은 ‘마을의 삶과 교육을 예술로 통합하는’ 예술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마을과 교육의 공동체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사회문화예술교육’,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성북 사람들은 ‘삶을 사는 것이 예술을 하는 것’, ‘삶이 곧 예술’이라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마을 자체가 ‘예술을 살고’ 있다.

특히 이 마을 안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능동적으로 삶을 사는 것 또한 ‘예술’이다. 이를 간단하게 ‘마을-하기’라는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다.

권 본부장에 따르면 실제로 성북에는 ‘예술마을만들기 워킹그룹’이 있다. △정릉 예술마을만들기 △장위/석관/월곡 예술마을만들기 △성북/상선 예술마을 만들기 △미아리고개 예술마을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곳곳을 문화예술거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마을온예술(성북문화예술교육가협동조합)’, ‘성북지역문화예술교육 아카데미’, ‘문예체 멘토링’, ‘청소년마을배움터’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 속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결국 성북에서는 학교-마을, 교육-예술, 개인-공동체가 ‘마을문화예술교육’ 하에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김동현 문학평론가는 ‘제주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새로운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김 평론가는 무엇보다 ‘지금-여기’에서 문화를 이야기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현 시국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허망함의 근원을 ‘자신의 언어를 가지지 못한 권력의 무기력함과 무망함, 무책임의 순간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광장의 분노는 문화를 문화의 자리로 옮겨놓으려는 언어‘들’의 분출이며 언어‘들’의 공명”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김 평론가에 따르면, 문화의 본질은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이며, 필연적으로 전위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힘이 극대화 될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사는 ‘제주’다.

제주는 ‘변방’이기에, 식민주의적 시선에 의해 던져지는 비아냥거림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방’은 ‘중심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중심이 될 수 있는’, 지리적 개념이 아닌 의식적 개념이다. 폭력이 은폐되고, 자취를 감추는 왜곡된 ‘상상의 발견’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문화’다.

이에 김 평론가는 프랑스의 ‘문화민주화’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우리가 주창해야 할 예술교육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에서 ‘공공성’을 뿌리에 두는 예술을 해야 한다. 살아 숨 쉬는 날 것의 상상, 야생의 상상력으로 예술을 해야 한다. 제주야말로 “쟁기와 그물이 아닌 따비로 밭을 일구며 테우를 타고 난바다로 나아가는 무모한 항해를 실험할 수 있는 창조적 변방”이다.

이 각각의 발제에는 양희창 평화대학대표, 김보성 성공회대 외래교수, 한진호 신화학자가 토론자로 나서, 풍성한 논의의 장으로 이끌었다.

양희창 대표는 ‘대안대학, 유목세대를 위한 새로운 배움 네트워크’를 주제로, 김보성 외래교수는 ‘문화예술교육 10년, 이제 ‘잘삶의 문화예술교육’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한진호 학자는 ‘‘제주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새로운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토론문’을 주제로 토론회를 장식했다.

특히 한진오 학자는 김동현 평론가의 발제와 관련, “다소 개념적이고 선언적인 비평으로만 이어진게 아닌가하는 인상을 갖게 된다”며 ‘현장’이라는 실제성을 토대로 연구가 좀 더 보충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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