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명시 안됐다는 이유 이사회 미승인 추진
한진해운 법정관리, 부도시 투자금 몽땅 손해
조합원들, “한두 푼 아닌 40억 투자 말도 안돼”

대정농협 본점 / 사진=다음지도

대정농협(조합장 이창철)이 40억원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 이 금액 가운데 절반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20억원이다. 손실 처리했다는 것은 그냥 '버렸다'는 의미다. 사고는 조합이 치고,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정농협은 40억원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사들이면서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이사회의 승인조차 거치지 않고, 단순 보고사항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정농협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정농협은 지난 2012년 강경준 조합장 당시 40억원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했다. 하지만 올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이 회사채 전부가 휴지조각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정농협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대정농협 뿐만 아니라 전국의 100여개 조합이 회사채를 구매했다. 농협에서 회사채를 취급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농협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대정농협이 한진해운 회사채 구입 금액의 50%를 손실 처리했다”며 “제주에는 대정농협 외에는 한진해운 회사채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정농협 한 조합원은 “1, 2억원도 아니고 무려 40억원이다. 근데 이렇게 많은 금액을 쓰면서 이사회 승인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진짜 특별한 사례 아니고는 조합이 회사채를 구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정농협 경제상황이 좋은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전체 회사채 매입금액 가운데 8억원은 이자로 받았다고 하더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상식적으로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납득하기 매우 힘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회사채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직접 발행하는 채권으로 사채라고도 한다. 회사채는 주식과는 달리 회사의 수익에 관계없이 일정률의 이자가 지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4~5년전에 회사채를 매입했음에도 그동안 이자수익에 눈이 멀어 한진해운의 재정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관리를 엉망으로 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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