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남아, 감기치료 오히려 병세 악화
제주시내 병원 가니 대번에 X레이 촬영
“정상 진료과정 결과” 해명에도 ‘글쎄요’

서귀포의료원 전경. 사진=서귀포의료원 홈페이지.

지난달 초 감기가 걸린 13개월 아들을 서귀포의료원으로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한 O씨(40)는 당시의 결정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바쁜 농사철이라 굳이 서귀포 시내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가 호전되는 게 아닌 오히려 병세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기침가래로 시달리던 아이가 안쓰러워 ‘엑스레이라도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의사는 진료 때마다 약 처방만 할 뿐이었다.

한번은 “증세가 한 달이 넘었다”고 했는데도 엑스레이를 찍을 생각도 하지않자 지친 O씨는 결국 아이를 제주시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야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의사가 애를 보자마자 ‘알레르기성 아토피에 천식이 있다’며 바로 엑스레이를 촬영하더군요.”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는 ‘폐가 부어서 아기가 호흡하는데 굉장히 힘들 것’이라는 말에 O씨의 심정은 무너졌다.

O씨는 이번 경험 때문에 “서귀포 사람으로서 서귀포의료원 수준이 한탄스럽다”고 탄식했다.

O씨의 경험담을 들은 친구들도 ‘서귀포 의료 수준을 믿을 수 없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서귀포의료원 측의 설명은 다르다.

“진료는 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병의 차도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서귀포의료원 측의 공식 입장이다.

9일 오후 본보와 통화한 서귀포의료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진료과정이었다. 민원의 소지가 있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는 소아과 전문의들의 말을 전했다.

“일반인들이 ‘의사라면 모든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오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육지의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치료가 안 된 환자가 서귀포의료원에 와서 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며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한 의문에도 적극 변호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러한 내용을 서귀포의료원에 전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간호사 출신 한 전문가는 “아이들의 경우 하룻밤에도 병세가 급변하는 경우도 있다”며 거들었다.

O씨는 “서귀포의료원에 모든 상황을 얘기해줘도 몰랐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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