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경실 제주시장] 쓰레기 시장 자처 사연
“행정 노력만으로는 한계, 시민 의식 전환에 최선”

9일 고경실 제주시장과의 인터뷰.

취임 초기부터 쓰레기 시장을 자처한 고경실 제주시장. 취임 4개월을 맞은 지금 제주시에서는 조금씩 의미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행정 주도로 추진한 1회용품 줄이기 운동은 어린이집, 자생단체 등을 거쳐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또한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범시민 쓰레기줄이기 실천과제 선정 100인 모임’도 최종 아젠다를 제출하는 등 시민인식 확산운동이 일단 시동을 걸고 출발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고경실 시장.

고경실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제주시의 쓰레기 현안과 문제점, 그 대책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고경실 제주시장.

■ 취임식부터 쓰레기 시장을 자처하고 시정 최대의 현안으로 표방했는데, 그 배경은.

제주는 청정이 트랜드인데... 작금의 상황은 오히려 청정을 역행하고 상실될 위기다.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73㎏으로 전국 1위다. 전국 평균 0.95㎏에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많고 이에 따른 쓰레기 처리시설 과포화, 처리비용 상승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환경에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었다.

■ 쓰레기 문제 해결 실천과제 선정을 위한 시민 100인 모임을 구성했다. 성과라면.

행정에서 흔히 하는 전문가 중심의 보여주기식이 아닌 인터넷 공모를 한 결과, 새마을 부녀회, 미화원 등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참여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아젠다를 도출해줬다.

아젠다 도출과정도 행정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앞으로도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담아내는 거버넌스의 기념비적 시도를 이어갈 작정이다.

■ 선포식과 연계한 열린음악회에 7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 투입, 그리고 음악회와 쓰레기 문제는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쓰레기 문제 해결에는 규제와 강압, 부담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넘어서 시민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런 액션도 없이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광고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문화적 접근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열린음악회를 통해 환경을 살리고, 청정해야 하는 제주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다면 반드시 효과는 있을 것이다.

물론 7억원의 예산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600억~700억원의 처리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고, 이번 열린음악회는 싱가포르처럼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도시로 만드는 초석을 놓는데 분명히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주는 이제 제주인의 것이란 인식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지역이다. 연 15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국제 관광지로 제주가 청정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제주의 쓰레기 줄이기 정책을 홍보하려는 것이다.

제주도민 모두와 국민이 함께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열린 음악회는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 10년차를 맞는 클린하우스 운영에 문제가 나타나면서, 일각에선 과거처럼 문전수거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않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지금의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을 보면 문전수거로 갈 경우 지금의 2~3배의 처리 예산(1200~1800억)을 들여야 한다. 지금의 클린하우스를 철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이 1.73㎏인데 문전 수거를 할 경우 말 그대로 골목이 쓰레기 천국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단 클린하우스만이 능사는 아니고 동과 읍면지역의 차이 등을 고려해 시범적으로 문전수거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를 토대로 시민패턴 등을 검토하고 그에 맞는 수거방식을 할 방침이다.

■ 너무 쓰레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행정 본연의 기능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밑바닥 행정을 챙기지 않는 게 아니고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을 자제하는 것 뿐이다.

복지와 1차 사업은 항상 관심을 갖고 하고 있는 부분이다.

■ 앞으로의 시정운영 방침은

1차산업과 복지, 시민서비스 분야에 밸런스를 잃지 않도록 조화를 맞춰 추진하겠다.

쓰레기 정책이 시민 주도로 성공을 보인다면 곧바로 교통문제에 집중하겠다.

4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 게 있다. 중요한 문제는 중심을 갖고 추진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쓰레기와 교통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는 힘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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