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자리에선 표준어, 사적인 자리에선 제주어

#인터뷰 - 강영봉 교수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영봉 교수는 제주어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다. 또 국내에서 제주어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제주대 국어문화원 원장을 겸임하면서 제주어의 보급에도 힘쓰고, 도민들에게 올바른 국어사용 방법도 알리는 있다. 그를 만나 제주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제주어가 사라질 위기라는 말들이 많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엇보다 학교 교육의 영향이 가장 크다. 그동안 학교에서 방언은 표준어와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교육해 왔다. 또 표준어를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의함으로써 방언을 쓰게되면 교양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방언을 표준어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해 점차 사용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표준어라는 것도 경기도지역의 방언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멍게’라는 단어도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상도지방의 사투리였다. 그러던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멍게란 말을 더 많이 쓰게 되면서 표준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우리말 표준어 사정 원칙에는 표준어보다 많이 쓰이는 방언은 표준어로 삼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제주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제주어가 표준어와 다른 특징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육지에 있는 까치가 제주도에는 없는 이유는 제주해협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새로 생긴 말이 제주도까지 내려오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제주어의 대표적인 특징인 아래아가 지금껏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국어학이나 방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제주어를 보물처럼 여기고 있는데 정작 도내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고향은 먼곳에서 그리워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멀리서보면 제주어를 쓰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지만 가까이에서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스갯 소리로 ‘밥보다 말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밥을 달라는 말을 해야 밥도 얻어먹는다는 소리다. 제주어는 제주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말인만큼 제주어가 남아있을 때 제주도인의 정체성도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도내에서 제주어를 사용하는 현황을 어느 정도 인가?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지는 못했다. 농촌지역의 70대 이상의 노인들이면 거의 제주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사용 조사를 서둘러 진행해 자료를 비축할 필요가 있다. 국어문화원에서는 1년에 한번씩 70대 이상의 노인을 찾아가 ‘생애구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분들이 제주어로 통해 말하는 인생사는 그대로 제주도와 제주어의 역사가 된다. 앞으로 이러한 사업을 보다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행적적으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경상도방언’ ‘경상도말’이라고는 해도 ‘경상도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제주도 방언만 ‘제주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한국어가 있는데 또다시 제주어라고 부르른 것에 대해 안좋은 시각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주어를 국어와 동격으로 놓고 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아니다. 이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가 한반도에 속한 부속 도서인 만큼 제주어도 국어에 속한 언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방언과 마찬가지로 제주어도 한국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한글 맞춤법을 중용하면서 한글 맞춤법과 다른 부분을 보존하고 이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제주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또 ‘제주도방언’ ‘제주의언어’ ‘제주도말’과 ‘제주어’라고 했을 때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언은 중앙에서 바라보는 변두리 언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제주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도 논문을 쓸때 제주어에 대해서 ‘제주도 사람들이 옛날부터 써온 제주지역의 방언 또는 사투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대중문화가 많이 생겨나면서 그속에서 제주어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드라마나 영화속 등장하는 잘못된 제주어가 등장해 퍼지는 일이 없도록 감수와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얼마전 방영된 드라마 ‘거상 김만덕’은 드라마 대본에 대해 제주대 국어문화원에서 감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주어 연극 배우가 직접 제주어 대사를 배우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서 이들 드라마는 이전의 제주어가 등장하는 영화·드라마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어 구사가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물들은 기록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만큼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제주어가 보다 널리 쓰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학교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요즘은 50대만 되도 제주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70년대 학교에서 표준화 교육 정책을 펼친 탓이 크다. 다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제주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분해 공적인 자리에서는 표준어를 쓰더라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제주어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제주어를 교육할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어를 가르칠 선생님들을 양성하는 일을 서둘러 진행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를 예로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표준어를 쓰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살고있는 지역 언어를 쓰고 있다. 이런 것처럼 우리도 언어의 이중생활을 통해 제주어 사용을 생활화 할 필요가 있다. 방언은 저급한 언어가 아니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제주도의 정체성을 가지는 언어라는 인식을 가지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강길홍 기자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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