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09점 작품 출품...실험·도전적 작품 많아 눈길

'자화상' 작품으로 제42회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김선일(조각) 작가.

(사)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회장 김성환, 이하 제주미협)가 첫 주관한 제42회 제주도미술대전 수상자가 30일 발표됐다. 총 8개 분야(△조각 △한국화 △서양화 △공예 △서예 △문인화 △판화 △디자인)·409점의 작품이 출품, 작품성을 겨룬 끝에 조각 부문 김선일 씨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 대상-조각부문 김선일 작가, ‘자화상’(부제: 36살의)

조각 전체대상 수상작, 김선일 작 '자화상'.

‘이성’과 ‘본성’ 두 단어 사이를 오가는 서른여섯, 나의 고민을 작품에 녹여냈다. 조각 속 나타나는 소와 사람은 본래 하나의 존재다. 작가적 본성을 끄집어내려는 모습,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작품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우직·성실을 나타내는 소와 맞은편의 나를 중심으로 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격하게 느껴진다.

조각 전체대상 김선일 작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내 길’을 향한 열정을 삶에 묻지 못한 작가는 두 달 내내 새벽 6시에 나가 10시까지 작업하고, 작업 후에는 새벽 1시까지 일을 하다 들어갔다. 그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난 완성도 높은 작품에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남기며 대상을 수여했다.

# 기업매입상-서양화 부문 이가희 작가, ‘하영 웃어졈쪄’

서양화 기업매입상 수상작, 이가희 작 '하영 웃어졈쪄'.

‘우는 듯 웃는’, 결국 거친 바다에 몸을 내어맡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해녀의 얼굴을 그렸다. 해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도 많고 부담도 많았다. 그만큼 깊이를 표현하고 싶어 작업 또한 시간을 들여 했다.

서양화 기업매입상 이가희 작가.

전복과 소라의 껍질을 직접 빻아, 모델링페이스트에 섞어 바닥에 발랐다. 그 위에 층층히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해녀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붓질과 사포질을 했다”는 작가의 노력에 심사위원들은 ‘정성과 완성도가 높고, 명도 차이와 주제성이 뚜렷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 한국화 최우수상-손유진 작가, ‘일상’

한국화 최우수상 수상작, 손유진 작 '일상'.

모르는 사람들의 부딪힘이 일상인 공간, 묻지 않아도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공간 ‘버스’에서의 감상이 담겨 있다. 서로 느끼는 감정은 달라도 같은 방향·공간을 공유하는 동질감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안에서도 하나의 ‘작은 사회’가 이뤄져 있음을 나타내고 싶었다.

한국화 최우수상 손유진 작가.

손 작가는 작은 공간 속 흔들림과 역동성을 표현하고자 수묵의 번짐을 이용, 작품을 그려냈다. 이 수묵 채색 작업은 필력, 발묵법을 연마하기 어려워 최근 기피하고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은 이를 통해 버스 안 풍경을 그려낸 손유진 씨의 작품에서 뛰어난 표현력·내용전달성을 발견, 최우수상의 영예를 선사했다.

# 서양화 최우수상-박주우 작가, ‘자국’

서양화 최우수상 수상작, 박주우 작 '자국'.

쓰임을 잃은 것, ‘고철’에 가치를 부여했다. 두드러지진 않지만 ‘거기에 뭐가 있다’ 정도의 존재감만이라도 알리고 싶었다. 삶의 유한함, 인간의 이기심, 혹은 언젠간 멈춰버릴 삶에 대한 슬픔, 동정심 등, 이렇듯 복잡한 감정을 작품에 담았다. 캔버스를 뒤집어, 거친 재료적 느낌에 색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서양화 최우수상 박주우 작가.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 속 박 작가만의 색깔을 발견했다. “전반적인 화면 구성이나 주제 전달력에 있어 탁월하다. 유행에 편승해 기성작가를 답습하는 등의 흐름과는 분명한 구분을 둔 솔직함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어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과 작가정신이 눈길을 끈다”며 이 작가를 주목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 공예 최우수상-김진경 작가, ‘진경 아홉가지의 얼굴’

공예 최우수상 수상작, 김진경 작 '아홉가지의 얼굴'.

내 자신을 들여다 보기, 일종의 ‘거울 보기’ 작업으로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9가지의 얼굴, 숫자 10에서 하나가 모자란 수이지만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완전한 수 ‘9’. 이렇듯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작품 속에 나타나 있다. ‘참된 거울’이라는 의미를 지닌 작가의 이름처럼, 작품에서 작가의 진정성이 비춰지고 있다.

공예 최우수상 김진경 작가.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9가지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각 표정을 빚어낸 표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유약을 반복적으로 입힌 작업에서 나타난 노력 또한 돋보인다고 평했다.

# 서예 최우수상-이동화 작가, ‘제주 아리랑’

서예 최우수상 수상작, 이동화 작 '제주 아리랑'.

공연 중 들려온 ‘제주아리랑(이상균 곡)’의 느낌이 좋아, 묵으로 남기고 싶었다. ‘보기 좋은’ 작품은 많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이에 우리 글인 한글, 특히 제주어 특유의 맛깔스러움에 주목해 글을 써 내려갔다. 훈민정음 판본체에 변경을 줘서 현대에 맞게 적용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활동을 통해 ‘바른 글, 고운 글’이 무엇인지를 알리고 싶다. 무엇보다 언제나 격려를 더해준 스승 한곬 한병찬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전한 그다.

서예 최우수상 이동화 작가.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서 쓰는 이의 개성을 강조하는 민체의 날렵함이 한글 판본체와 어우러지며 균형을 이루고 있음에 주목했다. 또한 전반적인 구성 및 작품성이 두드러지는 ‘한글’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최우수상을 안겼다.

 

# 문인화 최우수상-김기영 작가, ‘청향기석’

문인화 최우수상 수상작, 김기영 작 '청향기석'.

시·서·화를 두루 익혀야 그릴 수 있다는 문인화. 김 작가는 서예 15년, 문인화 10년의 경력에 이르는 뛰어난 작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더 수련이 필요하다’는 겸손함을 수상소감으로 전했다.

문인화 최우수상 김기영 작가.

김 작가는 이 작품의 여백 효과를 고려, 전체적 균형을 맞추고자 특히 신경을 썼다. 사군자 중 ‘난’을 그리는 것이 힘들어 직접 난을 키우면서 관찰을 하기도 했다. 대상을 이해하고자 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 속 고스란히 드러난 ‘사회적 의미’ 및 먹색·필선·농담·홀용의 뛰어남을 인정, 문인화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8개 부문 중 판화, 디자인에는 최우수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제주미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미술대전은 지난해에 315점(건축 14점, 사진 74점 제외)에 비해 100점 정도가 더 출품된 409점이 출품,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 부분에 걸쳐 실험적·도전적인 작품도 많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즉, 이번 미술대전은 규모 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약진으로 앞으로의 제주 미술에 대한 기대 또한 높게 점쳐지는 대전이었다.

그러나 김천희 심사위원장은 “디자인, 판화는 공모전이 겹치고 작가군이 얇아 어려운 점이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도외 작가의 참여가 제한적인데, 예산·홍보 등의 한계라고 본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덧붙여 “개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시상식은 내달 9일 오후 3시 도립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대상-제주도지사 상패·작품 구입비 700만원 △기업매입상-500만원 △최우수상-제주도미술대전 대회장 상패·상금 200만원 △우수상-50만원 △특선·입선-상장이 수여된다.

□ 제42회 제주도미술대전 수상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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