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독채펜션 운영자 장병진씨
2012년부터 자작곡만으로 CD제작
월정해변 무쌍한 변화 예술로 풀이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제주시 월정리에서 독채펜션과 카페를 운영 중인 장병진 씨가 지난 22일 본보와 인터뷰 중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매달 1000여명의 인구가 순유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도. 전국에서, 해외에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몰려드는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만들어간다.

알려지든 알려지지 않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제주시 월정리에서 독채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장병진 씨(46, 블로그 아이디 ‘Sey’)는 이를 작곡과 음반제작(!)으로 풀어내는 경우다.

지난 22일 장씨가 운영하는 ‘옥상가게’에서 만난 장씨의 말로는 초등학교 음악 미술 과목 성적이 ‘가’에서 세 번째 앨범까지 왔다.

“기타 코드만 알면 누구나 곡을 쓸 수 있다”는 한 게스트하우스 손님의 말에 호기심 삼아 시작한 것이 앨범을 3장이나 낸 아티스트(?)가 됐다.

장씨 말대로 “악보도 모르고 생각나는 대로 스마트폰에 녹음하고 노트로 정리한 곡들”이다.

첫 곡 ‘월정리놀이’를 만든 것이 2012년 8~9월쯤이다. 이주살이 초기의 즐거움과 흥을 담아낸 곡이다.

“겉멋이 든 곡”이라고는 하지만 기타를 들고 읊어내는 곡이 귀에 제법 착착 감겼다.

그렇게 써댄 곡이 벌써 웬만한 공책 1권 수준(장씨의 블로그에 따르면 25곡)이 됐다. 그새 2집이 나왔고, 최근 3집을 냈다.

3집 ‘이상한 콜라보’는 특히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만화가 ‘빨간약’과 공동으로 낸 합동앨범이라 의미가 깊다. 김녕으로 이주한 빨간약 4곡, 장씨 5곡이 담겨 있다.

장병진씨의 3집 공동앨범 ‘이상한 콜라보’ 재킷 이미지.

앨범은 잘 팔릴까?

“손해 본 적은 없다”는 것이 장씨의 대답이다. 펜션 손님에게 ‘앨범 1장 사면 3곡’ 거래를 하면서 제법 재고를 소화해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놀러가도 같은 조건을 내걸어 CD를 판매한다.

누가 보면 신선놀음 하는 것 같지만, 여기까지 오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숙박사업 이후 숱한 변화가 있은 월정리, 장씨도 수많은 이주민들이 왔다 가는 것을 목격했다.

장사가 ‘안 돼서’ 가기보다 ‘너무 잘 돼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에서도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되다 보니 사람에 치여서 떠난 이들이다.

장씨가 온 뒤로 “80% 정도는 바뀐 것 같다”고 장씨가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씨는 이주민들 간 단톡방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농구를 같이 하는 등 교류도 어느 정도 정례화가 됐다고 했다.

올해초 중고물품 거래용으로 시작했던 것이 일종의 동호회 게시판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안타깝게 암으로 사망한 이주민에게 조의금도 모아서 전달하고, 최근에는 잃어버린 개 수소문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장병진 씨가 제주시 월정리에서 운영 중인 맥주카페.

자신만의 노하우로 제주도 이주살이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장씨에게 끝으로 물었다. 여전히 제주도 이주를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장씨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제주라는) 장소가 100%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환경은 변하기 마련이다. 실망하지 않고 자기 업을 찾아야 한다.”

장씨는 “낭만 있는 업이란 없다”고 단언했다. “일은 일로써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에서 읍면살이의 장점은 있다.

“도시보다 쉬운 것은 확실하다. 도시에선 (무엇을 하든) n분의 1명이지만, 시골에서는 유일하니까요. 일찍 문 닫고 쉴 수도 있고요.”

비가 내리던 지난 22일 옥상에서 바라본 월정리해변 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살이’를 온화한 표정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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