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빙떡 김옥남씨

반평생 옷팔아 6남매 뒷바라지
충북 할머니가 만든 제주빙떡 맛 유명
“자식, 손자들 그저 건강하면 그만이지”

“내 인생이 파란만장해서 다 얘기하려면 며칠을 걸릴거야”

제주시 동문시장 ‘할망빙떡’ 가게에서 만난 김옥남(76) 할머니는 “그냥 힘들게 살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빙떡’ 얘기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만든 빙떡이 유명해. 아이들이 보는 교과서에도 사진하고 같이 빙떡 만드는 과정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또 인터넷에도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었어”

김 할머니가 빙떡을 만든 지는 3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맛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누구 못지 않다. 여러 차례의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비법(?)으로 빙떡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빙떡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던 김 할머니는 ‘파란만장’한 인생얘기도 쏟아놓기 시작했다.

충북제천이 고향인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옷장사를하며 거의 혼자 벌다시피 해 6남매를 키우고 결혼까지 시켰다고 한다. 특별한 지인도 없었던 제주도는 우연한 기회로 정착했다.

여행을 왔다가 육지보다 장사하기가 수월하겠다는 생각에 50이 넘은 나이에 제주를 찾은 것. 제주도에서 시작한 옷장사는 생각만큼 잘됐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김 할머니는 식당을 열었지만 처음 해보는 음식 장사가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옷 장사를 해야했다.

“평생 고생하다 이제 좀 살만하겠다 싶었는데 결국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지.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제주시 오일장에서 옷장사를 시작한 김 할머니는 갈수록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먹는 장사에 재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옷장사와 함께 부업(?)으로 빙떡을 팔게 됐고 이제는 본업이 됐다.

2년전부터는 옷장사를 접고 본격적으로 빙떡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오일에 한번씩 장사를 하는 게 아쉬워 1년전쯤 동문시장에 상시매장도 마련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은 오일장으로 가고 나머지 날에는 동문시장에서 빙떡을 팔고 있는 것.

살면서 기쁠 것도 재밌을 것도 없었다는 김 할머니는 빙떡을 만드는 일만큼은 재밌다고 한다. 특히 빙떡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 보람도 느낀다고.

“시장에서 빙떡 팔아서 무슨 돈벌이가 되겠어. 용돈이나 하는거지. 손자·손녀에 손부 며느리까지 봤으니 이제는 더 바랄 것도 없어. 그저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어”

육지에 사는 자식들은 할머니가 걱정돼 고향에 돌아오길 권하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자식들 걱정이 앞선다. 미안해서 더 찾아가지 못한다는 김 할머니에게서 우리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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