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환경가 ‘박일선’, 탐라 원형 찾고자 3년간 작업
「내 이름은 탐라예요」 사진동화 발간 및 사진전시 개최

[사진=제주도민일보 고민희 기자] 23~28일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나는 탐라다' 사진전. 박일선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바다가 담이 된 하늘나라 ‘탐라’. 이를 둘러싼 파도가 전하는 재잘거림이 문예회관 제1전시실을 가득 메운다. 마치 그동안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던 이들에게 호소하듯, 때로는 원망하듯, 가끔은 신음하듯.

마주한 이들의 근심을 달래고, 어지러운 상념을 쓸어 거둘 줄만 아는 탐라의 속마음이 궁금해서였을까. 바다 건너 ‘미을성(충주의 옛 지명, 물의 고장이라는 뜻)’에 거주하는 박일선 작가는 지난 3년간 탐라의 원형을 알기 위해 바닷길을 수없이 오갔다.

그리고 오고감이 쌓여 어느덧 탐라의 이야기가 한 보따리 쯤 채워졌을 때, 박 작가는 탐라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가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인 ‘사진’을 통해서였다.

뭍에 의한 시선인 ‘제주’가 아닌, 독자적인 ‘탐라’가 궁금해 곳곳을 찾아다녔다는 박 작가의 노력. 그 이야기가 역으로 궁금해 전시실을 찾았다. 그리고 전시실 한 켠에서 차를 즐기고 있는 박 작가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사진=박일선 작가 촬영] 23~28일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나는 탐라다' 사진전. 조명의 밝기를 이용해 '탐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

□ ‘탐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연유는?

- 실제로 뭍의 사람이 왜 와서 탐라와 관련된 사진전을 하나라는 질문을 한다. 나는 바다를 중2때 수학여행 가서 처음 봤다. 바다 없는 동네에서 자라 바다를 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바다로 쌓인 게 섬이지 않나. 이에 대한 오랜 염원이 있었고, 하나는 이런 고민도 했다. 대만은 중국과 체제가 다른 나라이다. 오키나와도 5000년 역사를 지닌 왕국이며, 사람 자체가 다르고 자체 언어도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왜 당연히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질성과 역사성이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홍랑’에 관한 궁금증이었다. 제주에 와서 ‘홍랑’을 알게 됐고, 홍랑을 통해 다시 충주 수안보에 있는 조정철 대감 무덤에 찾아갔다. 홍랑을 통해 조정철을 더 자세히 알게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제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생겨났다.

□ 사진을 통해 탐라의 원형을 드러내고자 시도했다. 특히 「나는 탐라예요」라는 사진동화를 발간해 제주 역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특별히 ‘사진’을 의미 전달의 도구로 삼게 된 연유는?

- 나에게 사진은 하나의 중요한 환경운동 도구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80년대의 국민이 아니다. 국민도 영악해졌다. 국민도 살아야 하니까 대의를 위해 뜻을 모으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사람을 모아 시민운동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바로 ‘사진’, 그리고 ‘사진동화’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것에 호감을 가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환경운동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생각하다가, 환경운동의 하나의 도구로 ‘예술적인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작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성명서를 자주 썼으니 글을 쓰는 것은 할 수 있겠다’, ‘내가 하는 일이 뛰어다니는 것이니 다큐멘터리 사진은 내가 강세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도자료를 낼 때도 내가 찍은 사진을 보내야 했으니까. 그렇다 보니 차라리 내가 내 자료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박일선 작가 촬영] 23~28일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나는 탐라다' 사진전. 사진을 이용해 '탐라' 지명과 관련된 '天자'를 만들어냈다.

□ ‘제주’라는 지명이 아닌 ‘탐라’라는 명칭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무언인가?

- ‘탐라’란 무엇인가? 그 의미를 찾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라(羅)’의 경우,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살펴보면 ‘옛날 우리 민족은 큰 강가와 작은 강가에 나라나 도읍을 세우고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빗대어 볼 때, ‘라’는 국가의 의미이다. 그리고 ‘탐’을 해석하자면, 중국에서는 천(天)을 ‘티엔tiān’, 일어로는 ‘덴てん’, 한국에서는 ‘천’이라고 발음한다. 동북아 3국에서 천(天)을 이르는 음가가 같다. 몽골말로는 ‘텡게르’로 소리가 난다. 지명학자 배우리 선생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원산(圓山), 즉 한라산을 나타내는 이 지명을 토대로 '탐라'는 '담라', 즉 '둥근 나라'가 원형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그 뜻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둥근 것의 원형은 태양이다. 이를 볼 때 '탐라'는 '하늘나라'일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저쪽에 사진으로 하늘 천(天)자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 전체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사진작가와 더불어 ‘환경운동가’라는 타이틀로도 대표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주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환경운동을 진행하는가?

- 지난 30년간 환경운동을 했다. 무분별한 온천개발저지, 온천법 개정활동을 중심으로 했다. 온천 운동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법적저지운동도 최초로 출발·확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440번 재판을 해서 결국은 이겼다. 또한 대만 폐기물을 북한에 보내는 것, 일본의 한일어업협정 폐기에 반대해 대만과 동경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운동을 하면서 큰 성과를 얻었다. 황금박쥐, 수달, 쑥부쟁이 등 멸종위기종 생물들의 서식지와 온천을 90%이상 원형 보존했다. 현재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결국 환경운동의 궁극은 '향토애'라고 생각한다. 향토는 무엇인가? 그것은 공간이다. 거기에는 흙, 나무, 물, 그리고 사람이 있다. 환경운동은 환경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사진=제주도민일보 고민희 기자] 23~28일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나는 탐라다' 사진전. 박일선 작가가 탐라의 지명과 관련된 '天자' 전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앞으로 보다 더 관심을 갖고 활동할 분야 또는 목표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 홍랑과 조정철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고 싶다. 이를 위해 모델을 구해야 한다. 사진은 과거를 재현하기 어려운 예술적 도구이다. 결국 연출을 해야 하는데, 어느 날 아침 문득 홍랑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을 구한다면 홍랑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제주의 역사성과 문화적 재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이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 제주의 시원성, 처녀성, 순수성, 역경을 이겨낸 민초들의 생존력, 여러 가지 이미지를 담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몇 년이 걸려도 그 작업을 하고 싶다.

[사진=제주도민일보 고민희 기자] 23~28일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나는 탐라다' 사진전.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해 눈길을 끈다.

현재를 찍어내는 렌즈로 근원의 아름다움을 호소하는 박 작가의 노력. 이날 전시실을 오간 이들 모두 ‘무분별한 개발’로 탐라에 드리우는 어두움을 걷어낼 하나의 빛 된 시도가 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