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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의뢰로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학교 교수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긴 사건 중 첫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29일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56) 서울대 교수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교수의 수뢰후부정처사 및 사기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이자 국내 독성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그 지위와 영향력에 상응하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고 연구 업무 수행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다음 연구윤리를 위반하고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 교수의 범행은 서울대학교에서 수행되는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및 적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산학협력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는 옥시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돼 수사·사법권의 적정한 작용에 대한 위험을 초래했다"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장애요소 중 하나가 돼 진상 규명이 늦어졌고,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켰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제자를 상대로 진술 번복을 회유하기도 했다"며 "법정에서도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의 범행은 이미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집단적 폐손상이 발생하고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 권고가 이뤄진 후에 행해졌다"며 "조 교수가 옥시 측으로부터 받은 1200만원에는 자문 대가의 성격도 어느 정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 교수가 건네받은 돈 대부분을 다른 실험 연구의 도구 구입비 등에 사용했을 뿐 축재(蓄財)의 수단으로 삼지는 않은 점, 사기 피해 전액을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실험결과 보고서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1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와 상관없는 물품대금 5600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공무수행의 공정성과 연구발표의 진실성을 침해한 매우 중대한 범행으로 그 책임이 무겁다"며 조 교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 교수는 "교수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다 신중하게 연구용역을 받았어야 했는데 후회되고 반성한다"면서도 "검찰 조사 당시 부자연스럽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쇼크를 받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선고가 끝난 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은 취재진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상징성 있는 첫 선고였기에 징역 3년을 예상했었다"며 "진실이 밝혀져야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A씨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아버지가 5년 넘게 고통을 받아오셨다"며 "(조 교수가)2년형을 받았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 피해자의 한 가정을 돌아보면 2년은 짧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피해자인 B씨는 "조 교수는 분명히 본인의 잘못을 알 것이다. 우리 피해자의 억울함은 누가 알아주겠는가"라며 "옥시 등 다른 관계자들의 재판에서는 엄숙, 공정하고 국민을 위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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