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작가’ 통한 확장 가능성 충분히 검증
남은 과제 조속히 해결…본궤도 돌입 기대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24일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개관식은 말 그대로 잔치판이었다.
세계적인 명성의 노화백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제주도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작가와 비평가는 물론 화랑주, 컬렉터들까지 얼굴을 내비쳤다.
몇 년 전 제주도로 정착한 대구 출신 작가는 “한 동안 육지를 안 가서 사람들 얼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와서 다 만났다”고 할 정도였다.
여기에다 국회의원(오영훈, 정병국)에다 제주도의원(김희현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 이선화, 좌남수)은 물론 주한프랑스문화원장 등 해외 인사들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노화백의 기쁜 날을 함께했다.
김창열 화백은 더도 덜도 아닌 ‘스타’ 그 자체였다.
누구나 김 화백이 있는 자리를 찾아 인사를 나눴다. 잠시라도 얼굴을 본다 싶으면 전화기를 꺼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에는 남녀노소는 물론 피부색도 불문이었다. 김 화백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별이 빛났다’고 하겠다.
그러면서도 그를 대하는 자세는 모두가 경건했다.
1929년생, 87세의 노구 앞에서 누구나 머리를 조아렸다.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땐 무릎을 꿇고 귀 가까이서 얘기했다.
개관식 도중 인사말을 하러 연단에 오를 때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부터 뛰어나가 편한 자리를 만들 것을 신경 썼다.
오직 선생의 60년지기라는 박서보 화백만이 자신을 ‘돼지’라고 불렀던 김 화백의 예전 편지를 소개하며 농을 나눌 뿐이었다.
이날 김창열미술관 개관식에서 나타난 일종의 ‘신드롬’은 스타급 미술작가의 역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많은 인사들이 축사를 통해 밝혔듯이 김창열미술관은 제주도가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국제적인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날 참석한 한 제주도의원도 전시 자체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그 가능성에 공감했다.
김 화백의 제자이면서 이번 개관전 기획에 큰 역할을 한 유진상 교수는 “김 화백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작품 중 정수만 뽑았다”며 자신 있어 했다.
그는 김창열미술관이 제주도립미술관으로 탄생하는 과정 자체도 호평하며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창열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가장 비판이 많았던 점은 ‘지역작가들은 왜 소외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김 화백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창열미술관의 파괴력은 오히려 향후 지역작가 정립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
하나의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을 축적한 데다, 김창열미술관에 전 세계 미술전문가들이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지역의 미술에도 눈을 돌릴 가능성이 다분해지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은 의견에 공감을 보냈다.
김창열미술관 측에서는 이제 하나의 큰 과제가 끝난 셈이다. 앞으로 미술관은 물론 제주도에 남아 있는 과제도 많은 만큼 더 많이 고민하길 주문해 본다.
김창열미술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 확보, 입장료 지정 문제 등에 있어 유연한 행정, 지역작가들과의 유대 방안 등 찾아야 할 것이 많다.
그동안 개관 준비까지 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성공적으로 개관식을 끝냈으니 일단 한 템포 쉬면서 김창열미술관을 재빨리 본궤도에 올려놓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