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관식 앞두고 기자간담회 개최
50여분간 소회‧기증작품 등 답변 소화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24일 오후 1시부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교육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노구의 김창열 화백(87)은 거동이 아주 불편해 보일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 몇 마디로 많은 것을 표현하셨다”는 맏며느리의 설명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날 정도로 이날 김 화백의 답변은 중간중간 휴지 시간이 길게 이어지길 반복했다.

하지만, 자신의 평생 작품을,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된 사실 때문에 김 화백은 자주 감정이 북받쳤다.

한 평(3.3㎡) 넘나드는 공간의 캔버스 위에 알알이 박힌 ‘물방울’ 작품처럼 자식 같을 그림 중에서도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걸작만을 골라 담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을 것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근거다.

김 화백은 24일 오후 1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개관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1시간 가까이 간담회를 소화해냈다.

김 화백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은 숱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마음대로 말이 안 나와 답답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김 화백은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답변했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24일 오후 1시부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교육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열 화백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먼저 미술관 개관에 대해 김 화백은 “어쩌다 제주도까지 오게 됐는지는 하나님 밖에 모르실 것”이라며 입을 뗐다.

김 화백은 “6.25(동란) 때 제주도로 와서 운 좋게 여러 좋은 선생을 많이 만났다”며 제주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시 1년6개월 간의 생활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화백은 “추사 김정희 선생을 다시 만나 뵙는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 이중섭 선생도 생전에 여러 번 봤다”라며 “(이들을) 모범이랄까, 고리라고 할까, 훌륭한 선생들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는 프랑스 유학 이후 45년간 살면서 “이중섭 선생이나 추사 선생에 대한 감동과 가치가 컸다”고 할 정도였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24일 오후 1시부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교육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열 화백이 미술관 개관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미술관을 제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음도 나왔다.

김 화백은 이에 “제주도는 풍광이 특히 남부 지역의 프랑스하고 비슷한 데가 있다”고 했다. 또한, “전 국민이 미술이나 문화에 대한 애정과 흠모하는 점도 비슷하다. (거기에다) 내가 조용하게 지낼 수도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서 가장 마음이 드는 곳이 어디냐’는 물음에도 “김창열미술관이니 뭐…”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24일 오후 1시부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교육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술관 산파 역할을 한 제주도청 김창우 도로관리과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기증 작품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김창열미술관’이니 김창열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골랐다. (고르면서) 한편으로 좀 섭섭한 생각도 들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선생의 작품 선정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유진상 교수(계원예대)는 “선생님이 직접 골랐는데, 사모님이 (지켜보면서) 경악할 정도였다. 너무 좋은 작품들, 중요한 작품들 위주로 기증했기 때문”이라며 “가족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김창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김 화백은 제주도에 자신의 미술관이 생기게 된 경위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와 엮어서 풀어냈다.

“프랑스로 가서 40년 넘게 살았다. 미국에서도 4~5년 살고 여기저기 홀로 다니며 살았다. (그런데) 이국생활이란 게 유배생활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점점 느끼게 됐다. 어떠한 종착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24일 오후 1시부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교육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창열 화백의 부인 마르틴 질롱 여사가 소감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활짝 웃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건립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김 화백은 “(몇 번 불발이 되면서) 기대를 안 했었는데 (이렇게) 완성이 돼서 흥분된다. 감동”이라고 답했다.

김 화백의 제자이기도 한 유 교수는 선생이 한 번씩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너무 좋으신 같다. (개관 준비 과정에서도) 굉장히 많이 흥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선희 김창열미술관 초대 관장은 앞으로 운영 계획에 대해 “일반기획전도 할 거다. (참여작가 작품과 선생의 작품을) 연결해서 흥미로운 작품전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관장은 이어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 장기적으로 도와 논의를 하겠다. 구체적인 계획은 짜고 있는 중이다. 확정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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