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 결과… “망상장애 비합리적 사고 범행 영향”
경찰 수사 결과… “마트서 식칼 구입 현장 2차례 다녀가”

[뉴시스] 경찰에 붙잡혀 연행되는 모습.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시 한 성당에 들어가 혼자 기도중이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한 피의자의 신원과 얼굴이 공개된다.

제주서부경찰서(서장 박기남)는 22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어 피의자의 신원(천궈레이, 陳国瑞, 50)을 공개하고 천씨의 범행은 “망상장애에 의한 비합리적 사고가 범행계획에 큰 영향을 준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천씨의 범행동기 등을 밝혀내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 면담조사한 결과 이 같이 분석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천씨는 범행 이틀전 시내 마트에서 식칼을 구입하고 범행전날 사건 현장을 2차례에 걸쳐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계획적인 범행을 숨기고 형을 줄여보기 위해 비합리적 진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수사를 위해 천씨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 의뢰와 중국 당국에 피의자의 병원치료 및 범죄 경력, 가족 관계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실제 천씨는 경찰 수사에서 피해자의 사망사실을 듣고 난 후 “누군가 내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을 하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천씨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과거 중국에서 2번 결혼 생활을 했지만 여성들이 이혼을 하거나 도망간 것 때문에 여성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며 “성당에 들어갔다가 기도하는 여성을 보니 나쁜 감정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수사결과 천 씨는 제주도로 들어온 직후 제주 시내를 구경삼아 돌아 다녔고 범행을 위해 다른 장소도 물색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특정 종교시설을 노리고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천 씨가 현장에 남기고 간 범행도구, 족적, 가방 등 소지품과 CCTV자료, 도망치면서 버린 비옷, 휴대폰, 모자 등을 수거했다. 이는 천씨가 진술한 유기장소와 일치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천 씨가 경찰조사에서 비 논리적인 진술을 펴자 정신상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천 씨의 동생을 상대로 전화로 확인한 결과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중국에 있는 동생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정확히 암기하고 있는 점과 “망상증상은 있으나 조현병 증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프로파일러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현재 조현병은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천 씨의 정확한 정신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정신감정 유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감정기간은 통상 1~3개월이 소요된다. 

구속기간이 10일인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중국 측에 요청한 자료 등을 토대로 정확한 정신상태가 분석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천씨는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할 정도로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천씨는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졌다. 

[뉴시스]

제주지방경찰청 강력범 신상공개위원회에는 지난 20일 변호사, 종교인 등 외부위원과 경찰관계자 등이 참여하에 피의자 얼굴 및 신상(이름, 나이)을 공개키로 의결했다. 

위원들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신성한 종교시설에 기도를 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살해한 점, 계획적·고의적 범행으로 판단되는 점, 범행이 잔인할 뿐만 아니라 피해가 매우 중대한 점 등을 들어 신상을 공개키로 결정했다. 

또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많은 종교인들이 충격과 불안감을 느낀 점을 고려해 불안감을 다소 나마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신상 공개 이유에 포함됐다. 

이 외에도 최근 제주 지역에서 중국인에 의한 크고 작은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외국인에 의한 유사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점도 작용됐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저녁 9시 30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천 씨는 22일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다. 

천 씨는 지난 17일 아침 8시 45분쯤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한 성당에 들어가 피해자 혼자 기도하는 것을 보고 메고 있던 가방에서 칼을 꺼내 피해자 복부 부위 등을 찌르고 도주했다. 피해자는 다발성 자창에 의한 과다 출혈로 18일 아침 8시 20분쯤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당일 8시 50분쯤 119로부터 신고접수 즉시 제주서부경찰서장을 비롯, 전 형사를 비상 소집해 현장 CCTV를 분석 용의자 사진을 확보했다. 경찰은 용의자 사진을 CCTV관제센터에 제공,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다.

경찰은 현장감식을 통해 확보한 메모지에서 제주시내 한 호텔 국제전화번호를 파악하고, 호텔 내부 CCTV를 분석해 용의자 이름과 투숙 호실을 밝혀냈다. 

이후 경찰은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인적사항을 제주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적극적인 협조로 확인해 출국정지 조치했다. 

또한 천 씨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즉시 수배 전단을 만들어 도내 전 경찰관서에 배포해 긴급 체포토록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CCTV 관제센터에서는 모니터링 중 사건당일 낮 3시 50분쯤 서귀포시 보목동 한 도로를 걸어가는 용의자를 발견, 4시쯤 현장에 출동한 중동지구 경찰들이 천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족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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