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균형발전과 강형우.

얼마 전 이사를 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책상 서랍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상서랍 이곳 저곳에서 사무용 볼펜이 꽤 여러 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분명 내가 구입하지는 않았을 텐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무실에서 쓰다가 무심코 안주머니에 놓고 그냥 집으로 갖고 온 것이 모여서 상당한 양이 되었던 것이었다.

문득 공무원 초임때 같이 근무하던 모 계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까지 공직생활 하면서 볼펜 한 자루 집에 가져가 본 적이 없다. 무심코 집에 가져가더라도 다음 날 꼭 사무실로 가져왔다.”라고 하신 말씀이.

조선시대 최부와 송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둘은 고향이 비슷하여 서로 가깝게 지냈었다. 한 번은 휴가를 받아 고향에 있는 최부의 집에 송흠이 찾아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최부는 송흠이 공무차 집에 두었던 역마를 타고 4~5리 떨어진 자신의 집에 찾아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부는 송흠을 크게 나무랐고, 송흠은 부끄러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을 타지 않고 끌고 갔다고 한다. 송흠은 이 일로 관직까지 잃게 되었으나, 깊이 반성하고 청렴하게 살면서 후에 복직하여 이조판서와 판중추부사(종1품)까지 올랐고, 인종에 의하여 청백리에 녹선되었다고 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지방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지침으로 만든 “목민심서” 제2편 율기에는 목민관 자신을 가다듬는 데 필요한 6개의 조항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절용”이라는 조항에서 공공물건을 개인물건처럼 절약해서 써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의 후폭풍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을 때 종이 한 장도 재사용하고, 사무용품도 제한배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사무용품에 부족함이 없는 시절이다.

우리 공직자들은 시절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사소한 볼펜 하나라도 내 것처럼 아껴 쓰는 버릇을 가져야, 10억, 100억원이 넘는 공공예산을 집행하더라도 자신의 돈을 쓰는 것처럼 2번, 3번 생각하게 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주특별자치도 균형발전과 강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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