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구좌·한림 월동채소 주산단지...인부 “부르는 게 값”
농민들, “생산비 중 인건비 비중 30% 이상, 되려 손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농민들이 제일 불쌍"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 농촌에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농민들의 인력구하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밭에 세워진 채소정식기.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 농촌지역 인건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농가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인건비 상승으로 농업생산비가 덩달아 오르지만, 이에 따른 농가소득은 담보되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농번기로 바빠진 농촌지역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 중개사무소, 인부들이 부르는 게 ‘값’이다. 농업현실이 어려워 지고, 농촌인구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심지어 농촌지역에서는 인건비 주고 나면 농민들 손에 남는 게 없을 정도라는 말이 돌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농업생산비 가운데 갈수록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력 사무소, 인부들만 돈 벌고 농민들만 손해 본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인부들은 “농민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말할 정도로 인력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 마늘 파종으로 한참 바쁜 시기를 맞고 있는 대정읍은 사람 구하기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농민들은 인력사무소, 인부들이 부르는 값에 ‘사람’을 대기에 바쁜 상황이다.

[제주도민일보 DB] 마늘 수확중인 모습.

대정읍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이승택(46)씨는 “현재 마늘 심는 할머니들 일당은 7만5000원이다. 이 비용에 점심, 간식 값이 포함돼 있다. 용역을 통해 부르는 남자들 일당은 13만원(점심, 간식 포함)”이라며 “남자 인부들은 이 일과 다른 일도 하면서 1년에 5000만원도 번다고 한다. 그러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인부들이 말한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이 ‘용역회사’를 끼고 인부를 구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용역회사는 보통 10%의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정읍의 문 모씨는 “지난해까지는 용역회사가 1만원의 수수료를 떼갔다. 근데 올해는 10%의 수수료를 챙겨가고 있다”며 “사람만 구할 수 있으면 인력회사 차리는 것이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혀를 찼다.

당근 농사를 많이 짓는 구좌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구좌읍 평대리의 부모씨는 “용역회사를 통하지 않으면 할머니들 인건비는 6만원(새참 2번, 점심 미포함)이다. 보통 남자들 인건비는 일에 따라 다르지만 10만원에서 12만원 수준”이라며 “근데 용역회사를 통하면 할머니는 7만원(점심, 간식비 포함), 남자들은 최소 12만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부 씨는 “농사 지어서 인건비로 나가면 손에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최소한 인건비를 줄여보기 위해 손이 많이 안가는 작목을 선택하려고 한다”며 “근데 그런 작목이 어디 있나. 그런 작목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제주도민일보 DB] 당근 수확중인 모습.

한림읍 상황도 마찬가지다. 양배추를 심는 지금은 남자보다 여자들의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확시기가 다가오면 남자들의 일손도 필요해지는 만큼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농민들은 전체 생산비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연일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혹시라도 비가 내리면 양배추를 정식 하려는 농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또 한번의 인력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한림읍 수원리의 김영길 씨는 “할머니 일당은 현재 간식 2번과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6만원이다. 양배추를 정식할 때 남자들 일손은 별로 필요 없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허덕일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비가 내리고 나면 너도나도 한꺼번에 양배추를 심으려고 하기 때문에 6만원 주고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김 씨는 “전체적인 농업 생산비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수준이다. 이 외에 비료, 농약, 육묘, 비닐 등 각종 자재값이 더 들어간다”며 “그런데도 농산물 값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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