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무서워서 공공화장실 못가, 귀가 시간 앞당기자” 봇물
여성단체, “강남역 살인사건 원인 동일…남성중심 권력구조”
제주시청 여성공공화장실 안전 도마위… “막다른 공간 위험”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올해 5월 초 강남역 근처 주점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제주에서 재현돼 충격을 주고 있다.

다행히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살인미수에 그쳤지만 안전할 것만 같던 제주도가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SNS상에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원인은 단순히 우발적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라 남성중심의 사회권력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7일 새벽 4시 20분쯤 제주시청 여성 공용화장실에서 A씨(22, 여)를 목졸라 살인을 시도한 혐의(살인미수)로 장모(32)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이날 범행을 저지르다 A씨가 강하게 저항하며 소리를 지르자 남자화장실에 있던 사람이 비명 소리를 듣고 장씨를 제압해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SNS상에는 “공용화장실 가지 말아야 겠다”, “이제 시청에서 만나지 말자”, “공용화장실 혼자가면 안되겠다” 등 여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시청 공용화장실은 당초부터 안전관리 문제로 많은 우려를 사기도 했다. 특히 여성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구조가 안쪽에 위치해 있어 막다른 공간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피해자가 도망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의 대책으로 '공용화장실 폐쇄’, ‘CCTV설치’등을 대안으로 내놓지 말기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강남과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은 '화장실’이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사회권력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여성을 목적으로 한 사건으로 보여진다"며 "여성을 목적으로 한 범죄는 단순히 사회불만으로 간주하기 보다 구조적인 부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또 “여성은 사회구조적으로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보여지듯 해당 피의자도 여성이 자기를 무시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가부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양성평등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서 남성이 우선시 되는 사회적 권력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 대표는 “제주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수사가닥을 잡을지 모르지만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제주에서도 심각하게 이 사건을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