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설홍순씨

임용고시위해 서울서 공부하다 다시 제주로
학원 강사로 일하며 아버지 장사 도와
바쁜 하루 속에도 언제나 밝은 미소 간직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신비의도로는 오르막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리막길이어서 유명해진 곳이다. 이같은 착시 현상을 실제로 목격하고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그리고 설홍순씨(28)가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매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8시면 이곳 매점에 도착하는 그녀는 어묵을 끓이고 물건을 정리하는 등 아침 일손을 분주히 움직인다. 그사이 그녀의 아버지는 호텔 등지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칡즙 등을 판매하고 돌아온다. 그녀가 아버지와 도와 장사를 시작한지도 어드덧 1년이 훌쩍 지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내려갔던 그녀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울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날 잠시고향에 내려온 그녀는 장사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보고 차마 다시 서울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제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를 도와 매점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그녀만의 직업도 있다. 아침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는 그녀는 가게문 닫을 시간쯤이면 학원으로 출근을 한다. 학원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것. 대학 2학년 때부터 기회가 있을때마다 해왔던 일이다. 그렇게 학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11시가 가깝다. 힘든 생활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주말에는 학원 수업이 없어서 좀 나은 편이에요. 물론 아이들의 시험기간에는 보충 수업을 하지만 좀 일찍 끝나거든요. 그래서 주말에는 아버지와 함께 가게 문을 닫고 돌아가죠”

그녀는 앞으로 3년 정도는 아버지와 함께 매점일을 하면서 학원 강사일도 계속할 생각이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아버지에게 집을 사드리고 나면 정말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제 자격증을 위한 공부는 하고 싶지 않아요. 학과 전공 때문에 임용고시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원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사실 예전부터 빵만드는데 관심이 많았어요. 제빵 기술을 배워서 수제 쿠키점을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이어져 그녀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직까지 결혼보다는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이 더 크다.

“평생동안 이런저란 장사를 해오셨던 아버지도 이제는 많이 지치신 것 같아요. 그런 아버지가 행복해지실때까지 옆에서 좀 더 도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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