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태아·산모 모두 건강...산부인과 늑장대응 원인”
의원측 “출산과정·태아·산모 건강, 자궁파열 원인인 듯”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내 A산부인과에서 산모 뱃 속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태어나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사망원인이 병원 측의 늑장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산부인과 측은 정상적인 출산 과정을 거쳤고, 당초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망 원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과실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육지가 고향인 B씨(40)와 아내 C씨(39)는 결혼해 제주도에 정착했다. 아내 C씨는 이번이 초산이고, 더욱이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많았던 터라 태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그래서 산부인과 측이 하라는 검사는 꼬박꼬박 했고, 검사 날짜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챙겼다. 이 때문인지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검사결과는 태아와 산모는 모두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출산 예정일인 7월26일이 다가오자 25일 자정쯤 진통이 시작됐다. 1시간 정도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됐고, 점점 심해졌다. 이에 부부는 평소 진료를 받아온 제주시 노형동 산부인과를 찾았다. 도착시간이 새벽 2시쯤이었다.

산부인과 도착 후 산모와 태아를 검사 했을때도 모두 건강했다. B씨와 C씨 부부는 모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조금만 기다리면 열달 동안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산모인 C씨의 진통이 반복적으로 이어졌지만 출산은 쉽지 않았다. 산모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아이를 위해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뒤 산부인과 측은 분만이 가능하겠다며 남편에게 짐을 가져와도 되겠다는 말을 건넸다.

남편 B씨는 “분만실에 들어간 아내(산모)가 힘을 쓰지 못했다”며 “당시 시간이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윽고 분위기가 이상해 졌다. 간호사들이 의료 기구를 들고 분만실을 들락 거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0여분이 지나서야 의사가 나타나 아이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제왕절개 수술을 권했다.

당연히 아내 C씨는 반대했다. 수술은 1시간~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며 산부인과 의원 관계자가 설득했다.

결국 B씨와 C씨는 제왕절개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B씨는 수술이 시작된 지 30분 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산부인과 측은 “출혈이 심해 양수와 피가 섞였다”라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측은 태어난 아이가 숨을 쉬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태아는 사망했다. 유가족은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산모가 입원중인 치료실.

B씨는 “당연히 분만이 임박해 오면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사가 왜 뒤늦게 나타났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더욱이 아이가 사망했으면 즉시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강하게 반발하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뒤늦게야 사과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사망한 아이는 제주도내 한 장례식장이 있는 병원에 안치된 상태다. 산모는 현재 해당 산부인과에서 오열을 토해내며 아이를 찾고 있다. 가족들은 빠른 시일 안에 B씨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안정과 치료를 받게 할 예정이다.

유가족은 현재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경찰은 산부인과를 방문해 의료기록, CCTV, 산부인과 원장, 유가족들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산부인과 의원 측은 태아의 사망원인에 대해 “원인모를 자궁파열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안에서 태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같은 사례는 1만5000명의 분만 사례 중 1명이 나올까 말까 하는 드문 사례"라고 해명하고 있다.

의원측은 또 "앞으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산부인과 원장은 “B씨의 모든 출산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태아와 산모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며 “더욱이 분만 촉진제조차 놓지 않았고, 나중에 혈관확보를 위해 수액을 맞았다. 초산이고 나이에 비해 다른 산모들보다 자궁문이 비교적 빠르게 잘 열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태아의 유가족들이 의료과실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매듭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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