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재심청구 30년만에 "제주모녀 불법적으로 구금돼 자백"판단

제주지방법원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간첩 누명을 썼던 제주 모녀가 30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지난 1984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옥살이를 한 김모(55.여)씨와 사망한 모친 황모씨를 대신해 가족들이 제기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일본을 오가며 돈을 벌다 1984년 한국에 잠시 들어온 이들은 안기부에 의해 붙잡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안기부는 이들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의 사주를 받아 대남 적화공작을 위해 귀국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에 제주지법은 1984년 7월 김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황씨에게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 각각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피고인들은 지난 2013년 5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후 검사가 즉시항고를 했다. 하지만 광주고법 제주부가 지난해 11월 항고를 기각 결정한 뒤 재항고 기간이 지나 재심개시 결정이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재심 재판부는 "김씨와 황씨의 일본에서의 행적에 비해 수사기관에 연행당하기 직전 기록이 단순하거나 아무런 기재가 없다. 안기부에서 작성된 이들의 진술서가 나흘만에 작성됐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방대하다"며 "연행된 후 언제 풀려났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구속영장이 집행된 장소가 안기부 제주분실인 데다 집행일도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날이 아닌 점에 비춰 연행 후 귀가하지 못하고 수사기관에 유치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구금돼 자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아닌 이들의 자백을 보완하는 것에 불과, 자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다른 증거들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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