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중 제주 한달살이 열풍...토착 어린이들과 ‘괴리감’
국제학교 전학 위한 수단으로 제주도내 학교 선택키도

▲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살이 열풍속 그 이면에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부작용이 자리잡고 있다.

통상적으로 방학을 이용해 한달살이를 선택하던 추세에서 최근에는 이른바 ‘부잣집 아이들’이 학기중에 부모와 함께 제주 한달살이를 보내면서 평상심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제주도내 어린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주고 있어서다.

# “넌 왜 이렇게 학교에 늦게와?”, “난 승마배우고 오는데?”

지난해 제주시 구좌읍의 한 초등학교.

의사인 아버지를 둔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제주살이를 위해 구좌읍 한 마을에 터를 잡았다.

엄마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에게 ‘승마’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이 어린이는 승마를 배우기 시작했다.

보통 시골학교의 특성상 오전 8시가 조금 넘으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등교를 마친다. 하지만 육지에서 전학온 이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승마를 배우느라 9시까지 등교를 시키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달살이를 온 어린이는 꼬박꼬박 ‘승마’를 배웠고, 9시까지 학교에 등교했다. 원래 다니던 어린이들이 “넌 왜 이렇게 학교에 늦게와?”라고 물었고, 전학을 온 어린이는 “승마 배우느라고 늦었어”라고 대답했다.

이 학교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한달만 제주에서 지내다 떠나 갈 학생이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한달있다가 갈 아이’라는 인식이 생겨 친구 관계가 좋지 않다. 아울러 지속적인 교류는 물론, 학부모와의 상담도 지속적, 구체적이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애월읍의 한 학교에 근무중인 또다른 교사도 “이런 일들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는 있지만, 자칫 말썽꾸러기 일부 학생들 때문에 물이 흐려질 수 있다”며 “지난해에 위탁교육 학생을 받아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게 흐려져 올해부터는 위탁교육 학생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 제주도내 학교는 다양한 경험을 위한 수단? 졸업하면 ‘뭍으로’

지난해 제주시 애월읍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뭍에서 전학을 온 어린이는 제주도가 맘에 들었다. 학교 친구들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서울학교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체험했다.

어린이가 학년이 높아지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학부모는 뭍으로 ‘전학’을 결정했다. 교육문제 때문이었다. 그 어린이는 결국 졸업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한 교사는 “수개월 또는 몇 년 시골에 살며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할 때 쯤 되면 중학교 입학을 위해 뭍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 어린이와 가족들은 제주에 와서 살다가면 그만이지만 이미 관계를 형성해 버린 남아있는 친구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교사는 “위탁교육은 어린이의 학적은 원래학교에 그대로 두되 위탁 받는 학교에서 체험활동을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전학은 무조건 받아야 하지만 ‘위탁교육’은 어린이가 소속된 학교장과 협의하게 돼 있다”며 “아무래도 위탁교육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책임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제주 초등학교는 국제학교 전학 위한 통로?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이주민이다. 이 학부모는 내년 4학년이 되는 자녀를 대정읍의 보성초등학교로 전학시킬 계획이다. 이유는 ‘국제학교’에 더 가까운 학교에 전학시켜, 다시 국제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제주도내 초등학교가 ‘국제학교’를 입학시키기 위한 ‘징검다리’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학교 교사는 “어린이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학부모들의 욕심에 의해 전학을 반복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도 좋지 않다”며 “어차피 그분들은 제주로 온 목적이 본인 자녀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경험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걸 이해는 하지만 학교가 교육의 장이 아닌 전학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학교의 한 교사는 “제주도내 학교 전체가 그렇다. 보성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애월 곽금, 안덕면 지역 학교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어차피 한두달 동안 살다 갈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방인’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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