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판단에 도 ‘재심의’ 요청하자 ‘철회’ 압박
도, 의원들 공세 계속되자 “의견 주면 반영하겠다”
‘화순금모래해변 소실된다’ 소식에 반대의견 증폭

▲ 화순항 물매어장(빨간 선) 위치.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서귀포시 화순항 해경부두 건설로 인해 조업권을 잃어버린 해녀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30일 오후 제340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화순항 해경부두 건설사업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 청원의 건’에 대해 심사했다.

도의원들은 “주민들이 청원을 낼 필요도 없는 일을 집행부에서 부적절한 대처로 일을 키우고 있다”며 “국가권익위원회에 한 재심의 요청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도집행부에서는 “도의회에서 의견을 보내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리하겠다”며 다소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 화순항 계획 평면도.

◆‘면허권’과 ‘생존권’ 두고 팽팽한 대립

이날 논의의 핵심은 해경부두 건설 때문에 면허권은 없이 ‘관행적으로’ 해온 조업중단에 따른 피해를 행정에서 보상해주어야 하는지 여부였다.

청원 당사자인 화순리 어촌계에서는 “그동안 생업을 이어왔던 어장이 사라졌는데 이에 대한 피해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주항 외항개발사업 당시 어업권이 소멸된 상황에서 산지어촌계에 피해보상을 한 점을 들어 ‘형평성 있는 피해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도는 어업권이 이미 20여년 전 소멸한 점을 들며 ‘현실적으로 보상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집행부의 입장에 일리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어업권이 갱신되지 않은 사유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화순항 개발사업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극적인 정책적 구제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여기에는 마을회의 청원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작용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17일 청원이 접수되자 ‘국민권윅이 조사가 진행 중임을 감안해 청원심사 잠정 유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제주도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낸 재심의 요청 공문.

◆어촌계 손 들어준 국민권익위원회 판단

국민권익위는 지난 4월 25일 ‘피신청인(제주도지사)에게 제주 화순항 2단계 개발사업과 관련해 신청인에 대해 피해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신청인(화순어촌계)에게 어업 보상을 해줄 것을 의견 표명’했다.

‘신청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어업면허 등이 소멸될 경우에는 사업시행자는 손실보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며, 17년 후에나 실시될 사업을 이유로 해 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행정관청에서 적정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해당 어장에 대해 수산자원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종패 살포 등으로 관리해온 점, 행정에서도 투석 및 종묘방류 등의 방법으로 도와주었던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문제는 여기서 종결되지 않았다. 도가 지난 5월 19일 ‘어업권이 소멸됐고, 어업권 면허 갱신 중단 원인이 모호하다’는 논지로 국민권익위에 재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날 농수축경위 소속 의원들은 “권익위가 보상을 하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는데 도에서 재심의를 요구한 것은 해녀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수 차례 “재심의 요청은 규정에 따른 것”을 되뇌던 현공호 해양수산국장은 의원들이 끈질기게 ‘재심의 요청 철회’를 주장하자 “도의회에서 의견을 주면 고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해경부두 조성 사업과 관련해 ‘부두 건설시 화순금모래해변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인터넷 상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화순항 시설배치계획도. 빨간 색이 해경부두.

◆추진경과

이 청원은 화순리 어촌계가 제1종 공동어장 속칭 ‘불배고개’ 어장과 ‘화순리’ 어장 2개소에서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제기됐다.

어촌계에서는 1979년 최초 면허를 받은 후 조업을 계속해 왔다. 1994년 화순항 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같은해 8월 29일 면허를 받지 못했지만 조업을 중단 당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최근(2011년) 해경부두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제3차 항만기본계획’ 고시 이후 생겨났다.

조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화순리 마을회가 해경부두 건설 반대활동을 펼쳤고, 급기야 2014년 8월 6일부터 13개월간 공사가 일시 중지됐다.

같은해 11월 4일 마을회에서 공사재개를 조건부 수용하면서 엿새 뒤 일부 공사는 재개됐지만 접안시설(해경부두)은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공사를 추진하게 됐다.

그 사이 마을회는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했고, 12월 17일에는 도의회에 청원을 접수했다. 

▲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30일 오후 제340회 임시회에서 안건 심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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