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조각가들이 한 데 모여 전하는 ‘제주다움’에 대한 성찰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27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주포럼에서 ‘세계적인 예술로 승화되는 아름다움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패널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제주다움’ 자체가 예술이라는, ‘제주다움’ 그 자체가 세련미를 갖춘 작품이라는 신념을 가진 예술가들이 오늘 한 자리에 모였다.

27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한라홀에서 열린 문화세션에서는 ‘세계적인 예술로 승화되는 아름다움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아티스트 패널 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패널에는 김원 건축가(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정보원 조각가, 김석윤 건축가(건축사사무소 김건축 대표), 김주원 건축코디네이터(하우스스타일 대표), 김개천 교수(국민대 조형대 공간디자인학과)가 모여 ‘제주다움’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제시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원 건축가는 “제주에 여러 문화 소스가 개발되고 발전되기를 바란다”며 제주 문화를 향한 바람을 먼저 전했다.

이어 제주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과 관련 “최근 트렌드와 다르다”며 “내륙이 아닌 바다에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또 다른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화순해수욕장 부근에 항구를 만들면서 금빛 모래비치가 없어진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러한 개발을 통해 제주의 자연이 소실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며 “하드웨어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 제주를 망치지 않는, 하드웨어가 아닌 쪽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말했다.

이러한 생각을 다른 모든 예술가들도 품고 있었다. 정보원 조각가는 ‘제주다움과 현대예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정 조각가는 “제주다운 자연의 특성적 모습, 이 자연이 허물어질 때, 이 특성이 사라질 때 제주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창작물들에 대한 제주다움”을 논하며 “자연의 전통을 모방, 재현이 아닌 보존에 가치를 두며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를 어떻게 잘 접목해야 되는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문화가 우리 몸에 스며들어 우리 창작품 속에서 자연스레 스며 나올 때 다른 문화와 차별되는 나의 것이 나온다”며 “외형의 모방이 아닌 진실된 창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아울러 “이 지역의 고유 언어, 문화, 전통을 온전히 지켜낸, 겸허히 자연과 순화하며 조화를 이루는 세련된 문화 예술을 상상해 본다”는 말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다음 순서로는 김석윤 건축가가 나와 본인이 생각하는 ‘제주다움’을 건축으로 풀어냈다.

김 건축가는 이날 제시한 ‘제주다움의 뿌리_돌과 바람의 건축’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제주의 자연과 건축물들을 화면에 띄우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아름다운 제주를 손상시키는 주범인 ‘건축’”이라고 화두를 던지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 70년대 후반 당시 제주의 토착적 언어를 찾아 디자인, 소스를 찾고 작업들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찾아낸 ‘제주다움’은 ‘돌’과 ‘바람’이 만들어 낸 자연의 건축들이었다. 김 건축가는 이를 소스로 이용, 제주의 ‘옴팡’, ‘돌’을 이용한 현대미술관, 한라도서관 등의 건축물들을 선보이며 제주와 어우러지는 작품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김주원 건축코디네이터도 건축을 제주답게 표현하는 자신의 고민과 통찰을 이 자리에서 풀어냈다.

김 코디네이터는 제주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최소의 형식’을 갖춘 건축들을 선호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작은 형식이 제주에 가장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소의 형식’을 좁은 공간, 협소함, 또는 소박함, 검소함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통해 공간의 큰 느낌이 더 증폭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덧붙여 “제주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면 건축이 최소화 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묻어나는 건축 사진들을 통해 제주와 건축, 그 모두가 작품일 수 있음을 나타냈다.

마지막 패널로 등장한 김개천 교수는 “외적 형태보다는 자연 환경에서 나오는 제주만의 아우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 시대에는 자신에서 우러나오는 힘이 아름다운 것, 그것은 바로 내적인 형식”이라 말하며 제주가 이러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문화예술의 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제주다운’ 예술을 선보였다.

그는 제주에 만든 ‘Hidden Scale’이라는 그의 작품을 통해 “무엇에도 종속되지 않고, 주장하지 않는”, 그러나 숨겨진 구조 안에서 오히려 제주와 작품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음을 실제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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