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일 양국 외무장관 합의 긍정 평가
각자 해석‧소녀상 철거 전제는 “옳지 않다”
“시진핑 주석한테 아시아 평화 의지 확인”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운데)가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시작한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중‧일 3국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부터 27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참석차 제주도를 찾은 무라야마 전 총리는 2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정권 들어 악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외무장관 합의 이후 서로 대화하는 성의를 보여준 것은 (높이) 평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합의 이후 양국 정부에서 제각각 해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한 것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내는 성의를 보이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에 대해서는 “합의 내용을 먼저 추진한 후에 소녀상 철거 얘기를 하는 것을 모를까, 이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일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당장 양국의 외무장관 합의 내용부터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역내 강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과 나눈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패권을 원하지 않는다. 되도록 일본과 협력해 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당시 시 주석의 말에서 굳센 의지를 느꼈다”며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라도 중일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중일 양국간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에 관해서는 “주변 나라에서 문제를 삼지 않다가 석유개발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다툼이 일었다”며 “영토분쟁으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동개발을 통해 아시아 평화의 섬으로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부가 안보법 발효로 자위대의 무력개입의 길을 턴 것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 전체의 저항이 강하다. 일본은 과거 70년 동안 크든 작든 전쟁에 가담하지 않고 평화의 길을 걸어왔다”고 강조한 뒤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끝으로 동아시아의 협력이 국제사회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젊었을 때 ‘아시아는 하나다’라는 책을 읽은 뒤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하고 전체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시아 속에서 일본이 신뢰를 얻으려면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역대 정부가 이를 지켜왔고 일본의 국시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일관계도 아시아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데 시 주석의 말에서 굳센 의지를 확인한 만큼 아시아 평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라야마 전 총리는 26일 오전 개회식에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주제로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국가수반급 인사 5명과 함께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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