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③ 제주도 곳곳 외형적 성장의 그늘 ‘잔뜩’]
‘청정환경 보존·지속가능한 발전에 주목할때 ’'설득력'

2010년 이후 제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데다 이주민들까지 몰려들면서 제주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건축경기와 부동산 경기는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환경훼손과 생활폐기물 처리 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급등은 서민들의 집 없는 설움을 더욱 키우고 있고, 이주민들이 늘면서 원주민과 이주민간 갈등은 도내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진단과 대책 등을 <제주도민일보>가 창간(6월15일) 6주년을 앞두고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곳곳에서 개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는 개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제주도 곳곳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건물이 들어서고, 늘어나는 교통량 때문에 도로를 확장하고…"
 
이런 식의 개발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서 21세기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히는 ‘문화’와 ‘사람’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문화를 두고 사람마다 의견 충돌을 빚고, 사람들 사이의 가치관 차이로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나름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개발 패러다임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사람의 가치 충돌과 불화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큰 상처가 나는 동안 제주의 문화와 사람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사람들 사이에는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툼으로 번지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도민 양 모씨는 최근 함덕 포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서물당이 있던 자리에 빌라 건물이 들어선 것을 봤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빌라 건물 한 쪽에 칸막이 치듯이 해서 서물당 제단과 표석을 옮겨 놓은 것을 목격했다.

양씨는 “고향 함덕에 대형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건물 올릴 터만 있으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들어서고 있어 씁쓸했다.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다”고 토로했다.

마을 일을 둘러싸고 원주민과 정착주민 사이의 신경전도 가장 큰 문제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삶의 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오해가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도시에서 살며 개인주의가 강한 정착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이 강한 제주도 원주민의 방식은 왠지 낯설고 불합리하기만 하다.

제주시 서부권 읍사무소 관계자는 “마을 운영비 납부를 정착주민들이 거부해 기존 마을주민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낡은 관습’이라며 거부하는 시각과 ‘마을 관습을 무시한다’는 의견으로 충돌을 빚는 경우다. 마을주민과 교류 없이 폐쇄적으로 사는 정착주민도 늘면서 유사한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깊어지는 고민에 대책 수립

이처럼 개발과 팽창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발 앞에 닥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제주도수자원본부는 상수도 유수율 제고를 위해 2021년까지 4063억원을 투자한다. 하수도의 경우 ‘인구 100만 시대’를 대비해 2025년까지 1조5572억원을 투입한다.

제주형 서민 주거복지정책 시행을 위해 맞춤형 임대주택인 ‘수눌음 주택’ 2만호를 공급하는 등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10년간 7만호의 분양주택과 민간 임대주택인 1만호의 뉴스테이를 민간 주택시장을 통해 공급을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17년부터 주거복지에 300억원,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500억원, 택지 공급에 400억원 등 매년 12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착주민과 토착민과의 융합을 위해 정착주민 지원제도를 본격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곳곳에서 개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는 개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제주시 조천읍 해담하우스.

◆여전한 한계…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러한 대책에도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택공급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데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의 이주행렬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동안 제주도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잠재적인 수요가 큰 만큼 아직도 상승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하수도나 쓰레기, 자동차 급증 또한 단기간에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사람들간 융합 문제 또한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만은 않다.

제주도 차원에서 정착주민 지원제도를 본격 운용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정착주민들이 공동의 의견을 모을 만한 협의체 활동에 대체적으로 소극적이어서다.

제주시 한 읍사무소 관계자는 “정착주민들인 경우 낮에 전화를 하면 잘 안 받는 경우가 많다. 협의체가 있다고는 하지만 참석자는 소수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에는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자연환경, 공동체 파괴를 피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내 한 건축사는 최근의 도내 개발 붐에 대해 “자연이 좋아 제주에 왔다는 이주민들도 자연을 파괴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제주미래비전’이 제시한 ‘청정’과 ‘보존’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까닭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일 주간정책회의에서 ‘난개발 방지와 투자관리’ 해법을 제시하며 “일부 개발 욕구 부분으로부터 조금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제주의 근본 가치와 미래 후손들을 위해 (난개발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도민의 생각도 바꿔 나가야 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국회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은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규제완화’를 위주로 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정책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음을 지적한 뒤 “이웃과 더불어 잘사는 제주사회의 새로운 비전이 나와야 한다"며 국제자유도시 정책 폐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도내 한 건축가는 “제주도는 청정 환경 그 자체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정책을 펼쳐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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