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① 제주도 곳곳 외형적 성장의 그늘 ‘잔뜩’]
자연은 무차별 훼손…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은'허탈'

2010년 이후 제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데다 이주민들까지 몰려들면서 제주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건축경기와 부동산 경기는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환경훼손과 생활폐기물 처리 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급등은 서민들의 집 없는 설움을 더욱 키우고 있고, 이주민들이 늘면서 원주민과 이주민간 갈등은 도내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진단과 대책 등을 <제주도민일보>가 창간(6월15일) 6주년을 앞두고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 한 카페 앞 도로가 주차차량과 통행차량, 행인으로 복잡하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해안로 한 카페. 평일임에도 서쪽 해안 경치를 즐기러 찾아온 관광객들로 일대가 붐볐다.

시원한 과일주스를 찾아 이곳으로 온 사람들은 부족한 주차공간을 피해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이로 인해 차로가 좁아지면서 오가는 차량들은 이따금씩 멈춰 서서 반대편 차량을 보내고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안 그래도 주차할 공간이 태부족해 보이는 이곳 한 쪽에서는 2층짜리 신축 건물의 마무리 외양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차량이 불법 주정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물(볼라드)을 설치한 산책로를 걷던 한 행인은 어지러운 광경이 못마땅한 듯 주변을 흘깃흘깃 쳐다보며 지나갔다.

▲ [제주도민일보DB]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의해 파헤쳐진 곶자왈.

◆화려한 성적표 뒤 즐비한 문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하는 제주도는 그동안 자본과 사람이 몰려들면서 인구 60만명 시대, 관광객 13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지금도 매월 1000명 전후가 순유입되는 데다, 2016년 5월23일자 기준 관광객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2.5%나 늘어난 573만여명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 제주도내 외국인 투자사업은 모두 23개에 총사업비 규모만 15조5876억원으로 집계됐다.
2006년 이후 제주로 본사를 옮긴 기업은 지난달 현재 59개 업체로, 투자실적 3173억원·고용인원 2820명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는 사이 제주도내 건축경기도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4분기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물은 3268개동‧92만1766㎡로 지난해 같은 기간(2165동·71만1227㎡)에 비해 면적 기준으로 2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내 곳곳이 파헤쳐지면서 푸르른 녹음은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제주도 고유의 문화는 쇠퇴 위기에 처했다. 사람 사이 끼어든 물욕과 불화로 관계는 흐트러졌다.

외형적 성장이 ‘A+’를 맞는 동안 도정 목표인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는 ‘F’를 면할 수는 있을지 우려는 커지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DB] 제주시 전경.

 

◆무차별 자연훼손에 치솟는 집값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로 인해 도내 녹지공간이 줄면서 도민들의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뒤돌아서면 들어서는 건물 탓에 정신은 어지럽기만 하다.

‘제주미래비전’을 통해 ‘청정’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도출해 냈지만 도민사회 전체의 공감을 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개발’을 무언가 번듯하게 짓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기존 시각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사업과 취소 과정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개발을 통한 이득을 취하려는 분위기는 곶자왈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하는 범죄로도 이어졌다. 급기야는 원상회복 명령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산림을 더 훼손한 업자 2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도 생겼다.

제주도민 부 모씨는 “고향이 대정인데 너무나 많이 변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 같다”며 “그 소중함을 알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훼손해 곳곳에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을 짓고 있지만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빌라의 경우 3.3㎡당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도 3.3㎡당 1000만원이 그리 깜짝 놀랄만한 일이 아닐 정도로 일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도민 송 모씨는 이처럼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것을 두고 “이런 식이라면 우리 같은 서민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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