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탐라스승상 수상자 ‘송창윤’ 교사 인터뷰
틈새 ‘에어로빅 교실’ 등 학생 건강관리 위해 노력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제14회 탐라스승상을 수상한 송창윤(중앙여고) 교사.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어릴 때만 해도 지치지도 않나 싶을 정도로 뛰놀았던 에너자이저 아이들. 그런데 이 아이들이 해가 거듭할 수록 비실비실하다. 매일 듣는 ‘공부해라’라는 말에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듯, 하나 둘 지쳐간다.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들. 특히 제주 아이들의 체력에 비상이 걸렸다.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제주는 2013년 하위등급(4~5)이 11.5%로 전국 5위를, 2014년도에는 0.2%P 감소한 11.3%로 4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나마 감소한 8.1%(5만7484명 중 4684명)으로 기록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약골학생’이 넘쳐나는 제주의 학교들. 그런데 이를 극복하고자 남다르게 노력한 교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바로 올해 제14회 탐라스승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창윤’ 교사(제주중앙여고)다. 송 교사는 “학생 체력 향상 및 비만 예방에 노력하고, 자율스포츠클럽 및 동아리 활동 활성화로 꿈과 끼를 펼치는 즐거운 학교 분위기를 형성”했음을 인정받아 이번 탐라스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주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그의 땀 나는 노력. 그 이야기를 듣고자 이번에 송 교사가 재직하는 중앙여고를 찾았다.

▲ [사진=송창윤 교사 제공] 중앙여고 학생들이 에어로빅 교실과 경연대회에 참여하는 모습.

탐라스승상 수상과 관련 축하인사를 건네니 연신 손사레를 치며 “열심히 하는 다른 교사들도 많다”고 말하는 그다.

그러나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학생들을 보는 송 교사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흐뭇함이 탐라스승상 선정 이유를 대신 말해준다.

“요즘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압박감에 눌려 체력 관리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아침에 등교해서 하루 종일 공부만 하죠. 하지만 학력의 바탕이 되는 것은 ‘체력’이에요. ‘체력’이 곧 ‘학력’입니다.”

송 교사의 이러한 교육 철학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입시 준비에 바쁜 학생들이 과연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송 교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앙여고의 체력관리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틈새시간’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중앙여고에서는 학생비만을 줄이고 흥미있는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바로 점심시간을 활용한 ‘에어로빅 교실’이에요. 오후 12시부터 1시 10분까지 2,3학년, 그 이후 70분간은 1학년이 점심식사를 해요. 이중 12시 30분부터 1시까지, 1시부터 1시 30분까지 2차례 에어로빅교실을 운영합니다. 2,3학년은 신청자에 한해서지만 1학년의 경우 전 학생이 다 참여해 건강관리를 합니다.”

점심 먹고 매점을 가는 것이 ‘전통’인 옛 여고생에게는 가히 문화충격과도 같은 얘기다. 그러나 처음에는 자기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 불만을 가졌던 학생들도 ‘건강’을 위한 이러한 활동에 점차 호응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송 교사는 이러한 ‘틈새 에어로빅’이 이제 중앙여고의 전통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매시간 공부만 하다보면 체력저하도 물론이거니와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음악을 들으며 체력관리를 하다보면 즐거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해소돼요.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건강까지도 챙길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송 교사의 설명에 이내 ‘전인적 성장’이라는 말이 머리에 스친다.

이 학교에서는 ‘에어로빅 교실’을 단순 운동으로 끝내지 않는다. 1학기 기말고사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에어로빅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그 때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안무를 짜고 대형을 만들어 멋들어진 공연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반 친구들과의 협동심, 단합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보며 송 교사는 자신도 교사로서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낀다고 전한다.

물론 송 교사도 점심시간이면 휴식을 취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송 교사는 에어로빅 교실이 운영되는 내내 자리를 비우지 않고 체육관에 머무른다. 초빙된 강사가 있지만 그 자리에서 함께 움직이고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이다. 이토록 열정을 쏟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과 교육 현장에서 같이 뛰고 땀 흘리고 활동 하는 것이 행복이다. 이를 위해 정년이 될수록 스스로도 체력 관리에 힘을 쓴다”고 그는 말한다.

‘정년’이라는 말에 나이를 물어보니 올해 62세로, 내년에 정년퇴임을 한다고 한다. 벌써 교직 생활을 한지 38년 3개월이 됐단다. 이 긴 교직생활동안 본인 스스로가 ‘유달리 많이 움직였다’고 표현한다. 제주대 체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를 한 그 순간부터 “학생들과 열심히 하지 않으면 교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땀 사랑’을 학생들에게도 항상 강조한다. 송 교사는 “땀을 사랑해라. 땀을 사랑하는 자는 행복한 삶을 느낄 수 있다”며 ‘땀’이 곧 ‘사랑’이라 표현한다. 많이 움직인 만큼 행복하다는 철학을 어린 아이들에게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학생들의 기본 생활습관으로 자리잡으면 인생 전체가 행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심어준다.

송 교사는 학생들 건강을 위해 저녁식사시간까지 체육관 문을 열어놓는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자기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이를 위해 송 교사는 4시 퇴근임에도 불구, 7시까지 체육관에 머무르며 아이들과 함께한다. 점심과 저녁시간이라도 학생들이 맘껏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그의 열정에 학생들도 연신 땀을 흘리며 체육관, 운동장을 누빈다.

송 교사는 앞서 제주고에서도 ‘검도교실’을 운영한 바 있다. 송 교사는 이와 관련 “특성화고였던 만큼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즐거움을 찾고 자기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이를 고민하다 학생들에게 체력과 집중력을 길러줄 수 있는 ‘검도’라는 종목을 선정해 아이들을 지도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매번 부임한 각 학교에 가장 잘 어울리는 특색있는 활동을 찾아 펼친 송 교사의 노력을 학생들도 아는 것일까. 인터뷰가 끝날 무렵 지난해 중앙여고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제자 한 명이 학교를 찾았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선생님을 만나러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변예난 학생과 송창윤 교사.

현재 제주대를 다니고 있는 변예난 학생은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선생님 생각이 나서 학교에 들렸다”며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전한다.

지난해 출전한 다섯 차례의 축구경기 중 4경기에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 축구선수단에게 송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예난 학생은 “선생님은 기본 생활에 있어 엄하셨긴 했지만, 고쳐야 할 습관도 따뜻하게, 좋게 말씀해 주셔서 항상 감사했다”고 말했다.

깁스를 하고 온 제자의 다리를 보고 화들짝 놀란 교사에게 예난 학생은 “검도를 하다 조금 다쳤다”고 설명한다. 이를 보고 흐뭇하게 웃는 송 교사와 모습. 다시 한 번 참된 스승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정의를 속 깊이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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