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혼디 배움학교’ 지정 1년, 종달초의 현재는?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종달초등학교.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제주의 ‘땅끝’이라 불리는 ‘지미봉’, 그 기슭아래 ‘종달리’가 있다. 종처럼 생긴 산 밑에 위치한다 해서 붙여진 ‘종달’이라는 이름. 그러나 그 의미 속엔 종소리보다 더 아름답게 울리는 종달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덧대어 있지 않을까.

푸르른 오름 아래, 그보다 더 푸르른 학교, 종달초등학교는 현재 제주 교육에 있어 ‘신선함’ 그 자체다. 전체 55명 작은 규모의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는 이곳은 지난해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학교의 강순문 교장 또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 1호로 선발된 ‘평범한 평교사’ 출신 ‘특별한 교장’이다.

이 학교의 수업, 학교 생활 방과후활동, 교사들의 업무까지 다른 일선 학교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학교 자체가 ‘혁신학교’라는 자부심이 있고, ‘혁신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존의 틀을 과감히 바꾸는 ‘혁신’을 말 그대로 이뤄내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교사와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활동하는 모습.

□ 종달초의 하루, 이 학교는 이래서 ‘특별’하다?

이 학교의 특별함은 ‘아침 맞이’부터 시작된다. 오전 7시 30분 학교에 출근하는 강 교장은 8시부터 학생들을 맞이하러 교문 앞으로 나간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그날 기분을 파악하고는 웃어주고 달래주는 것도 강 교장의 역할이다.

이어 종달초의 각 교실에는 오전 8시 50분부터 ‘하루 열기’가 시작된다. 20분간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차도 마시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전날 있었던 일들을 함께 나누고, 혼나서 올 경우, 또한 여러 갈등 상황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기분상태를 파악한다.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모여 얘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 다듬어진다. 이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이 학교의 수업은 다른 학교처럼 1,2교시 각각 40분, 이런 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블럭’ 개념으로 각각 80분이 지정돼 있다. 1블럭은 인지적 교과 영역, 2블럭은 신체활동 영역, 3블럭은 예술·체육 영역으로 지정, 80분간 몰입해 교과를 꾸려 나간다. 특히 이 수업들은 시청각 매체를 통한 교육을 지양한다. 주로 대화·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청각 매체 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교재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이후 이뤄지는 종례 또한 색다르다. 종례란 말을 쓰지 않고 ‘하루 닫기’라는 말을 쓴다. 30분 이상, 하루 동안 있었던 재밌는 일을 서로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진행된다. 이 학교에서는 시작만큼 하루 일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학생들은 방과후 활동, 자율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방과후 활동은 화·목요일 총 6강좌가 운영된다. 화요일은 컴퓨터, 영어, 무용, 미술, 축구 강좌가, 목요일에는 컴퓨터, 영어, 미술, 로봇과학 강좌가 열린다. 이 강좌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개설수요조사, 만족도 조사를 통해 만족도가 높은 강좌 6개를 선정, 개설한 것이다.

올해부터 처음 시작한 자율동아리는 월, 수, 금요일 운영한다. 이 동아리는 학생들이 직접 취향에 맞춰 자유롭게 동아리를 계획·구성할 수 있다. 학생들이 동아리를 개설하면 학교가 전문 강사, 예산을 지원한다. 특히 수요일은 학생들이 스케줄에 메이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일과로 진행한다. 이는 스스로 선택에 의해 계획을 세워보고, 실컷 숨쉬며 뛰어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방과후 활동 '로봇과학' 시간. 만들기를 어려워 하는 1학년 동생들을 형들이 직접 나서 도와주고 있다.

□ 종달초의 변화, 동력은 ‘다혼디배움학교’?

이 학교의 교사들은 ‘혁신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있다. 강 교장은 “‘창의적인 인재육성, 글로벌 리더 양성’이 아닌 요즘은 ‘개인의 행복한 삶, 자아실현’ 그런 것을 심어 주는 게 학교 역할이고, 그렇게 움직이는게 혁신학교 가치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교가 바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 교장은 또한 “학교의 핵심은 수업의 변화이다. 수업·교육 모든 활동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가 학교 교육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수업전념제’이다. 올해 ‘수업전념학년제’ 운영학교 17개교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종달초에서는 제도화 되기 이전부터 이미 다혼디로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 학교에서 담임교사들은 교육과정 활동에만 전념한다. 그 외 업무는 업무지원팀, 교감, 행정실무사, 부장교사가 맡아서 담당한다. 여기서 문제는 ‘어디까지가 교육활동인가’이다. 동아리, 종달축제, 운동회도 모두 아이들의 교육활동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은 개별 담당 업무 개념이 아니라 ‘TF팀’을 구성한다. 2-3명이 함께 기획하는 팀을 만들어 행사의 뼈대를 잡으면 다 모여서 회의를 거친다. 이 회의에는 학생 대표, 학부모 대표들도 구성돼 함께 참여한다.

이러한 학교 변화의 중심에는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학생’이 주체가 되는 활동 ‘다모임’이 종달초에는 있다.

‘다모임’은 금요일 1블럭 시간에 격주로 진행되는 ‘학생자치의결기구’다. 1-6학년 학생이 다 모여 스스로의 문제상황을 해결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한다. 이 회의에서 교사들은 진행·의결권이 없다. 단지 학생들의 보조·참고 발언 요청시에 발언할 수 있다.

이 시간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바람과 규칙을 나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는 것이라 서툴고 오래 걸린다. 효율성도 낮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 속에서 아이들의 자치능력, 자존감이 심어지는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성장’이 보인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종달초 강순문 교장.

□ 종달초의 변화, 진짜 동력은 ‘교사들의 열정’!

이 학교의 교사들은 내내 종달초의 변화에 있어 “교장선생님의 노력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교사들에 따르면 강 교장은 이 학교의 교장으로 오면서 제주시 집은 놔두고 종달리에 방을 구했다. 학교 인근에 살면서 매일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에도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특히 지역-학교 관계는 강 교장의 노력이 전적이라는 교사들의 평가와 칭찬이 줄을 이었다. 종달리에는 종달초가 모교인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인지라 변모하는 학교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렇다고 이 학교가 ‘교장 중심 체제’인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열정’ 또한 교장 못지 않다. 이는 곧 교사들과 먹으려고 딸기 두 박스를 사들고 온 강 교장에 의해 증명됐다.

강 교장은 연신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해요”라는 칭찬을 거듭했다. 종달초의 교사들은 “혁신학교의 가치와 철학을 충분히 공감하고 상당히 열정적·헌신적”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강 교장은 “‘온종일 들여다보기’를 하지 않으려면 우리 학교에 오지 말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는 모니터도 키지 말고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하는 수업이 참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교사들은 이를 공감할뿐만 아니라 충분히 해낸다. 이러한 교사들 덕분에 학교 문화가 달라지고, 각 교사들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달라진다고 강 교장은 강조한다. 오죽하면 교무부장 교사는 시외에서 본인의 딸 2명을 이 학교로 전학시킬 만큼 이 학교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우연히도 이날 하교하던 중학생 한 명이 학교에 들려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찾아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스스럼 없다. 또한 선생님들과 얘기하는 것도 거리낌 없다. 이런 환경은 지난해부터 키워진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종달초 교사와 아이들은 ‘행복’과 ‘관심’, ‘사랑’을 얘기한다.

사실 ‘학력’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측면이기도 하다. 강 교장은 그러나 “이 부분은 한 순간에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자기학습능력을 높이고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가면서 학력을 진단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갈 길이 멀다”라고 설명한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교사와 함께 만들기를 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

‘혁신학교’, ‘수업전념학년제’ 지정학교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혁신’, ‘다혼디’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 그리고 그 의미가 녹아진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고민한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종달초 교사들의 고민은 색다르다. 강 교장은 “‘혁신학교’가 갖고 있는 자율성이 있다. 일반학교가 실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혁신학교인데, 이런 부분은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스스로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강 교장은 “‘다혼디 배움학교’라는 것이 어떤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시기적, 특수성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이를 “충분히 교육과정 안에서, 보다 교육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자라고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과 통찰을 분기별로 설명회가 아닌 ’교육과정 워크샵‘을 열어 학부모·지역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학교를 꾸려나간다.

혁신학교 1년. 강 교장은 지금도 늘상 처음처럼 고심을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학력’보다 ‘역량’, ‘잠재력’ 이러한 부분들을 더욱 키워낼 수 있는 쪽으로 교육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한, 참된 교육 모델로서 ‘종달초’의 의미는 앞으로도 ‘특별’하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원어민 교사의 영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학생들이 미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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