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색 물결 일렁이는 ‘섬’ 정취에 한 해 200만명 방문
사람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 및 소음에 극심한 ‘몸살’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도항선에서 바라 본 우도의 전경.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섬 속의 섬’이라고들 부른다.

‘제주도의 축소판’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제주에 딸린 부속 섬, 반나절이면 걸을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러나 찾은 이들의 수년간 묵은 아픔을 단숨에 힐링해 주는 크나큰 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섬 ‘우도’는 본 기자에게는 늘상 ‘꿈’, ‘향수’, ‘애틋함’이 서려 있는 ‘세상’ 그 자체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하우목동항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 한 켠에서 해녀들이 작업한 우뭇가사리가 한창 햇볕에 마르고 있다.  

□ 오랜만에 찾은 세상, 고향 ‘우도’

등굣길에 수놓아진 들꽃들, 창 밖 너머 가득 메운 우도봉, 담벼락에 앉아 맞이하는 서녘 노을이 언제나 그리웠다. 이에 긴긴 연휴를 맞은 5월, 봄날의 우도를 찾았다. 성산항에서 15분 가량 배를 타고 도착한 우도. 쪽빛 바다 빛깔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신이 빚어낸 듯, 그야말로 환상의 섬이다.

길 한켠에서는 우뭇가사리가 마르고, 동네 삼춘들이 밭을 일군다.

집으로 향하는 길 위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건조한 마음을 촉촉히 달랜다. 돌담 위 자그만 돌하르방이 건네는 웃음에 굳은 표정도 녹아난다. 이 기분에 우도를 찾은 사람들도 쉬이 이곳을 잊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 매력에 반해 한 해 200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오늘도 설렘을 안고 섬 곳곳을 누비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서빈백사 해변을 가득 메운 우뭇가사리. 이를 채취하는 해녀들 옆에서 관광객들이 우도 바다를 즐기고 있다.

결국 오랜만에 우도를 거니는 발걸음은 집이 아닌 바다로 향했다.

목적지는 해변이 ‘파랗지 못해 눈이 부시다’는 서빈백사. ‘우도팔경’ 중 하나로, 아름답기로는 단연 손에 꼽히는 장소다. 요 근래 날씨가 좋지 않았는지 해변에는 우뭇가사리가 밀려와 있고, 해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곁을 자연스레 오가며 자연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한결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모래 위에 버려진 우도 관광 안내지.

□ 오랜만에 찾은 세상, 관광지 ‘우도’

아름다운 것을 찾아 여행 온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근심을 놓고, 상념을 떨치고 간다. 복잡한 일상 속 황폐해진 마음밭을 정돈하고 다시금 일상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난 그 자리에는 그만큼의 어지러움과, 그 정도의 복잡함이 남겨져 있었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의자 밑에 버려진 일회용 아이스크림 용기들.

해변 곳곳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가득했다. 일회용 아이스크림 용기, 컵, 널부러진 신문지가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누군가 앉았던 자리에는 페트병만이 남아 오간 사람의 흔적을 말하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고 나니 소음이 귀를 때린다. 해변을 울리는 시끄러운 음악, 강남을 외치는 소리에 우도의 파도소리가 묻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좁은 길을 용케도 지나다니는 자동차, 카트, 전기자동차가 사람들의 시야에 복잡함을 더한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의자 밑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용기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뱃길이 끊기고 나서야 우도는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는다.

닿을 수 없어 그립고, 건널 수 없어 애틋한 섬으로 돌아온다. 바람의 머뭄이 느껴지는 곳, 달빛의 흔적이 그려지는 섬으로 그제서야 회복한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늦은 시간,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한적한 도로의 모습.

□ 오랜만에 찾은 세상, 그리운 ‘우도’

이제 우도의 진정한 모습은 ‘낮’보다는 ‘밤’이 돼 버렸다.

낮과 밤, 하늘과 땅, 앞과 뒤, 동과 서, 모든 것이 아름답다던 우도의 정취는 혼잡함 속에 모습을 감췄다. 지미봉을 바라보며 친구와 속내를 나누던 바다의 한적함은 쓰레기더미 속에 뒤덮혀버렸다. 자연이 주는 고즈넉함, 섬이 주는 신비함을 기대할 누군가에게 이제 우도는 ‘여느 관광지’로 남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도가 가진 매력을 그 누구나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는 이들에 선사하는 ‘환상’이 기자에게는 ‘일상’이라는 특별한 자랑스러움도 있다. 그만큼 우도가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섬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 우도를 아는 그 어느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도의 경관을 해치는 요소들을 하루 속히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섬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쓰레기들, 고요함을 해치는 인위의 것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우도가 뽐내는 본연의 정취에 그 어느 누구나 ‘다시 찾고픈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마당에서 강아지들이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는지 한데 모여 있다.

▲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우도와 성산을 오가는 뱃길. 섬 정취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부푼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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