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체류객들 “이런 경험 언제 해보겠나” 느긋
도·관광공사, 매뉴얼 적용 예전과는 사뭇 대조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5일 제주공항의 기상악화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오후9시 50분쯤 제주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의자에 앉아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홍희선 기자] 2일 오후 제주도 전역에 내린 윈드시어 및 강풍으로 항공기 결항과 지연이 속출한 가운데 밤 10시 제주공항이 빠른 속도로 평온을 찾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몰아친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몰아쳐 대란을 겪은 이후 메뉴얼과 체계가 잡힌 이후 상황을 거듭할수록 대응도 날로 달라지면서 재난대응에 따른 제주도와 유관기관 등의 발빠른 움직임도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 이목을 끌고 있다.

더불어 무조건적으로 항의만 하던 승객들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이같은 상황이 학습된 효과 때문인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예전과 사뭇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30쯤 제주공항에는 100여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체류하고 있다. 이들은 3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하루 밤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내국인 관광객들은 카트로 벽을 만들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청하거나, 일부 연인들은 한적한 곳을 찾아 콘센트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제주도민일보=홍희선 기자] 5일 제주공항의 기상악화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오후9시50분쯤 제주관광공사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또한 단체여행객들은 관광기간 동안 채 먹지 못한 음식들을 서로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항공권 발권 장소 인근에 마련된 의자에서 쪽잠을 청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기다렸다.

청주에서 30일 제주를 찾았다는 한 가족은 “제주도에 지난 30일 내려왔다. 근데 이렇게 날씨가 안 좋아져서 비행기가 결항돼 버렸다”며 “어쩔 수 없이 내일(3일) 아침 일찍 청주공항으로 올라가기 위해 밤새 기다릴 계획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주로 이주한지 1년이 지났다는 60대 부부는 “3일 인천공항을 통해 아침 10시 비행기로 출국 예정이었다. 혹시나 내일 아침 첫 비행기를 타면 인천공항까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며 “집에 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밤을 보낼 예정이다. 불편해도 해외여행 계획을 무산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8시45분 비행기를 탑승 예정이던 한 일가족은 “오후2시쯤부터 계속된 결항소식에 오후 3시 넘어서 미리 공항에 와서 대기했다”며 “아까는 안내하던 직원이 오후9시 쯤 되면 항공권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항공사 측에서 또 다르게 말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아이들을 데리고 찬 바닥에서 잘 수 없으니 아까 나눠준 모텔목록을 뒤져서 잘 곳을 찾아야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공항에서 노숙을 감행할 준비를 하던 부산의 또다른 일가족은 “주변의 숙소를 알아봤지만 이미 객실이 가득찼고 가장 가까운 곳이 차로 20분 거리라 내일 공항에 다시 올 때 힘들 것 같다”며 “애들 데리고 짐 들고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들어 그냥 박스 깔고 여기서 자려고 한다. 이런 경험은 또 언제 해보겠냐”고 가볍게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홍희선 기자] 5일 제주공항의 기상악화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오후9시 50분쯤 항공기 발권 카운터에서 한 여성이 3일 아침 항공권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공항에서 체류하겠다는 사람들을 타이르던 공항 관계자는 “내일 아침 일찍 줄을 서려고 공항에서 체류하는 것은 불편하기만 하고 표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쉬다 오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와 관광공사측은 공항내에 머무는 관광, 탑승객들을 위해 삼다수와 빵을 나눠줬다.

또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119 응급차를 대기 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도관광공사는 휴대전화 무료 충전 서비스 데스크를 운영했다.

제주도는 3일 오전 8시를 기해 강풍 경보가, 오전 10시를 기해 윈드시어가 해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이 점점 안정을 찾아 감에 따라 제주도는 대응단계를 3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이중환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 국장은 제주공항에서 이날 상황을 진두지휘하던 중 기자와 만나 “제주지방항공청을 중심으로 공항공사, 제주도청, 항공사 등이 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지원이 이뤄져 현재 제주공항은 빠른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현재 국내선 출발 대합실에는 약 100여명이 잔류해 있는 상황으로, 합동 대응반은 내일 임시편을 최대한 운항토록 항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날 173편(제주에서 출발 82편, 도착 91편)이 결항돼 제주도를 빠져나가지 못한 인원은 1만4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제주공항을 연결하는 도로인 해태동산과 신광로터리, 마리나호텔 사가로, 오라오가로 등은 제주공항 항공편이 결항될 때마다 극심한 혼잡을 빚으면서 일대 교통대란을 빚는 비일비재, 고착화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항은 체류인원이 적은 탓도 있었지만 행정당국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예전과 달리 극심한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다.

▲ [제주도민일보=홍희선 기자] 5일 제주공항의 기상악화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오후9시50분쯤 제주관광공사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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