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납득 힘든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관 불허
강정평화영화제에 1000명 참석…색바랜 ‘문화도시’

▲ 제주도민일보 조문호 기자.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서귀포시가 서귀포 예술의전당 사용을 허가해 줬으면 큰일 날 뻔 했다.”

23일 오후 6시부터 서귀포성당에서 진행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IPFFIG)’ 개막식에서 어느 사회자가 한 말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800명 수용이 가능한 성당이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운영진들이 추가로 의자를 배치하고도 자리가 모자라자 관객들은 바닥에 앉아서 개막식 행사를 끝까지 지켜봤다.

이를 사회자는 서귀포시가 ‘정치적인 행사’를 이유로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관을 불허한 것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서귀포시는 ‘품격 높은 문화도시 조성’을 추진한다는 시정목표에 크게 흠이 생겼다. 해군기지 건립을 둘러싼 강정마을 사태의 해결을 바라는 도정 의지도 더욱 빛을 바래게 했다.

도민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십시일반으로 추진한 성과에 큰 장애물 역할을 함으로써 시‧도정에 대한 막대한 불신감을 초래하고 서귀포시는 우스갯소리의 대상이 됐다.

개막식 행사 하나에만 1000명 가까운 시‧도민들의 관심이 집중, 세계적인 행사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발로 차 버린 꼴이 됐다.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 서귀포성당에서 열린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IPFFIG) 개막식에 몰린 관객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정지영 감독은 서귀포시의 대응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논란과 더불어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이번 영화제가 “평화를 사랑하자는 강정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며 “서귀포시에서 판단을 잘못했다. 판단만 바꾸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품격 문화도시 서귀포시’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제 측과 손을 잡아야만 한다. 문화를, 문화행사를, 그리고 문화행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는 문화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적절한 판단 하나로 수많은 공치사를 받을 수 있는 일을 오판으로 인해 숱하게 욕만 먹어서야 될까?

제2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진정한 화합을 통해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행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 서귀포성당에서 열린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IPFFIG) 개막식 홍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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