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안가는 건물숲에 젠트리피케이션까지
행정 제동 없이 지속되며 환경파괴 논란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해변 '고래가 될 카페'가 있던 건물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제주도 해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너무나 빠른 변신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이들은 정신없이 진행되는 개발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 월정리해변, 사라진 랜드마크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해안가.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보인 휴일을 맞아 월정리해변을 찾은 제주도민과 관광객으로 붐볐다.

해안 곳곳을 차지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인해 월정리해변은 어느새 이국적인 색채를 띠게 됐다. 옥빛 바닷물과 백사장으로 인해 필리핀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같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중해 해변 부럽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한 번씩 월정리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일 뿐이다.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장사하면서 개발이 되고 사람이 몰리면서 교통만 복잡해지고 사고도 늘었어요. 주민들은 당연히 발전을 좋아할 수가 없죠.”

월정리에서 펜션을 하고 있는 A씨는 월정리해변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너무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월정리해변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고래가 될 카페(이하 고래카페)’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2010년께(2009년인지 2010년인지 증언이 엇갈린다) 일찌감치 월정리해변의 멋을 알아본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아일랜드 조르바’로 연 이 카페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건물주인이 재계약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건물주와 개인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직접 가게를 운영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월정리해변의 경이로운 발전을 목도한 고래카페는 결국 그 발전의 희생양이 되면서 역사 속에 남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한 고래카페 팬들은 월정리에 불어닥친 ‘젠트리피케이션(동네가 좋아지면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현상)’을 두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권 모씨는 고래카페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본주의가 문화를 다 부수는 구나’라고 적었다. 강 모씨는 ‘제주의 환경파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되는데 걱정이네요’라고 우려했다.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17일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에 해수풀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곽지과물해변, 백사장엔 공사중

같은 날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 과물노천탕 동쪽으로 야외해수풀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총 8억원(국비 3억원, 도비 5억원)을 들여 성인용 및 유아용 풀장을 짓고 있는 현장이다.

제주시에서는 사업 의의 설명에 매우 적극적이다. “지역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테마형‧체류형 해변으로 거듭나도록 야간 해수욕장 개장 등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지역관광 인프라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이다.

이와 달리 “해수욕장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양 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민들이 요구한다고, 난개발에 환경파괴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래도 되는 건지 묻고 싶네요”라고 적었다.

“제주시 행정 스스로가 제주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욕 먹을 때 먹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해변으로 남기면 어디 덧나나요”, “자연 그대로 후손에게 그렇게 어려운가요”라며 격앙된 투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 [제주도민일보=조문호 기자] 지난 17일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 입구에 해수풀장 조성 공사 안내문이 서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목표로 자본과 사람을 제주도로 끌어들이는 가운데 신음하고 있는 제주도 자연은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 가치와는 무색하게 더욱 병세가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개발의 패러다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자연과 공존한다는 인식의 전환 없이는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계속 개발만 하려고 하는 제주도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난다”며 “청정한 자연환경이 없으면 더 이상 제주도가 아니”라는 한 싱가포르인의 질타는 그래서 더욱 큰 반향을 울리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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