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주중앙지하상가 개·보수 논란 여전히 ‘진행중’
상인회 ‘양도양수 허용해야’…도 넘은 ‘밥그릇 챙기기’ 눈살
‘갑’인 시민은 안중에도 ...제주시의 조속한 결단 필요

▲허성찬 기자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우리가 흔히 쓰는 고사성어 가운데 ‘주객전도’라는 말이 있다.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뒤바꼈다는 의미의 역설적 표현으로 수년전부터 한국사회에서 회자되는 ‘을의 갑질’이라는 신조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런 주객전도, 아니 ‘을의 갑질’ 현상이 최근 제주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34년만에 이뤄지는 제주중앙지하도상가 개·보수를 놓고 시작된 제주시와 상인회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노후 시설로 인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대형사고로부터 도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히 공사를 해야 한다는 제주시와,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저지하는 상인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까…

단순히 비춰지는 것으로 보면 제주시가 갑, 상인회가 을이지만 지하상가 공사를 둘러싼 그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제주시 중앙지하상가는 1983년 중앙로 구간이 시설된 이후 올해로 34년째로 배관, 스프링클러 등 각종 시설 노후와 건축물 균열, 누수, 철근노출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개·보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13년에 안전진단을 실시, ‘긴급 보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제주시는 개·보수를 놓고 상인회와 협상, 수차례 진통 끝에 지난해 9월 개보수에 합의하고 ‘중앙지하도 상가 개·보수공사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합의서’를 체결했다.

▲14일 찾은 제주중앙지하상가.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약서에는 2016년 3월 신학기 시즌 이후 공사를 시행하도록 명시돼 있다. 제주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최대한 빠른 방법으로 공사를, 상인회는 원활한 공사 추진을 위해 공사기간내 점포 물건 정리 등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사실상 시민의 안전이 ‘갑’, 그리고 상인회가 ‘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학기 시즌이 끝나고 4월 중순이 돼 가고 있지만 지하상가 개·보수 공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상인회 측에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소방설비 부분 등은 3~4년전 상인회에서 수차례 안전점검을 통해 보수를 진행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24시간 숙식까지 해가며 공사를 막아서고 있어서다.

▲제주중앙지하상가 상인회. 

특히 상인회 측은 현재 제주시에 있는 행정재산인 지하상가를 일반재산으로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 점포 양수·양도 권한을 상인회에 맞겨달라는 ‘사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면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지하상가 활성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매상이 늘면서 행정재산임에도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관리를 받는 지하상가 매장은 임대 점포의 재임대(양도양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점포를 임대한 상인이 몇 배에 달하는 권리금을 받고 점포를 양도양수하고, 한 사람이 여러개의 상가를 중복 소유하는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문제가 야기돼 왔다.

분할공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일정 구간 손님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공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갑’인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을’인 상인회가 이익을 챙기고 있는 현실인 셈이다.

시민 안전을 볼모로 한 상인회의 ‘을의 갑질’.

대형사고는 늘 소리없이 다가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때, 제주시는 빠른 시일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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