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00배 즐기기 - 독서법

북마스터J와 함께하는 안보리양의 ‘독서의 신’ 도전기

노벨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은 “어느 날 한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말로 시작된다. 책 하나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파묵의 「새로운 인생」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레미제라블」을 인생을 바꾼 한권의 책으로 꼽았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 그에 못지않은 노력이 뒤따랐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무조건 좋다”라는 말도 있듯이 독서라는 것도 안하는 것보다도 하는 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서라면 머리부터 흔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당당히 말하기도 한다. 안보리양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그러다보니 안보리양이 지금껏 읽은 책이라고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자 가끔씩 사보는 베스트셀러 책이 전부다. 그마저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 끝까지 읽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안보리양이 나름 책 좀 읽는다는 북마스터 J씨를 만났다. 

안보리(이하 안) : 꼭 책을 읽어야 하나요. 지금껏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큰 지장도 없었는데요.

북마스터 J(이하 J) :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해요.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책 읽는 게 귀찮아서 “독서용 복제 인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죠. 그런데 보리양이 들고 있는 아이폰을 만든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회장이 “내 인생은 점을 선으로 연결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하며 했던 다양한 공부들이 점을 이루고 그 점이 선으로 이어지면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더라는 겁니다. 그런 공부에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을 거예요.

안 : 앗! 스티브 잡스 회장은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했단 말이죠. 그렇다면 저도 이제부터 책 좀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J : 그래서 제가 지금부터 보리양을 차근차근 독서의 세계로 안내하려고 합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다 보면 어느 순간 ‘독서의 신’으로 거듭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안 : 음…. 그다지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볼게요.

J : 먼저 대상이 되는 책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죠. 혹시 보리양이 지금 읽고 싶은 책은 없나요?

안 : 글쎄요. 이왕이명 유명한 책이 좋지 않을까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어떨까요? 그래야 남들한테 책 좀 읽었다는 소리 좀 듣지 않겠어요?

J : 물론 그 책들이 대단히 좋은 책이고 언젠가는 꼭 읽어보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 보리양이 읽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안 : 저를 무시하시는 거예요? 저도 한때는 20권짜리 「꽃보다 남자」를 하루만에 완독한 경력이 있다고요.

J : 아니 그렇게 정색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보다 쉽게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되도록 어렵지 않은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죠. 혹시 보리양은 「어린왕자」를 읽어봤나요?

안 : 그러고 보니 어린왕자에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책으로 직접 읽은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J : 그럼 일단 어린왕자로 시작 해보는 게 어떨까요? 보리양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책은 제가 선물하도록 하죠.


훑어본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가기

책을 주로 수면용으로 이용하던 습관이 있다면 독서 습관을 기르는데 처음부터 너무 어렵고 두꺼운 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런 책을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거나 흥미를 잃어버리면 오히려 책을 더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되도록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가장 쉽게 설명한 책을 고르도록 한다. 또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같은 만화로 된 책도 쉽고 재밌게 읽으면서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또 책을 고를 때는 대충 훑어본다는 생각으로 책의 내용을 미리 들여다보자. 책 표지나 서문을 읽어보고, 차례를 살펴보면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차례를 보다가 책의 중심내용이 될 만한 주제가 나오는 부분을 펼쳐 먼저 읽어보는 것도 책을 탐색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책을 읽어볼 만한 판단이 들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대충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간다. 하나하나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책을 읽는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안 : 안녕하세요 J씨. 「어린왕자」를 다 읽고 왔어요.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새로운 내용들도 많더군요.(웃음) 혹시 「어린왕자 2」는 없나요?

J : 당연히 그런 건 없어요.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다니 놀라운데요. 「어린왕자 2」는 없지만 생텍쥐페리가 지은 또 다른 책들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을 책은 생텍쥐페리의 책들 중에서 직접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요.

안 : 그러고 싶지만 다른 책이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J : 직접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아니겠어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생텍쥐베리 책만 꺼내놓고 살펴보세요.


읽을 책 고르기
한권의 책을 읽다보면 또다시 읽고 싶은 책이 생기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나면 「위대한 개츠비」나 「호밀밭의 파수꾼」이 읽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책속의 책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또 책을 읽다가 관심분야를 확장해 가면서 다양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개를 키우다가 ‘개의 습성’에 관한 책을 읽고, 이를 확장해 ‘동물의 습성’에 대한 책을 읽는 식이다. 이는 ‘생물’ ‘자연’ ‘환경’ 등으로 그 주제를 끝없이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도서관을 찾아 마음에 드는 책의 참고문헌을 따라가는 것도 끝없이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비슷한 주제의 책 5권을 한번에 골라 읽다보면 한가지 주제에 대해 각 저자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도 있다. 또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읽다보면 중복되는 내용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과감히 뛰어 넘어가다보면 단시간내에 많은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주로 경제·경영·자기계발서 등의 책에 이런 경우가 많다. 이때는 되도록 가장 쉽게 설명하는 책으로 시작해 점점 전문적인 서적으로 옮겨나가는 것이 흥미 있게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안 : J씨 제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아세요?

J : 글쎄요. 짐작조차 할 수 없겠는데요.

안 : 하하 그래요.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인간의 대지」였어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70여년 전에 나온 책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없이 잘 읽히더라고요. 이런 걸 고전이라고 부르는 거죠?

J : 맞아요. 책을 고를 때 고전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도 해요. 「상실의 시대」에는 “죽은지 2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죠.

안 : 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J : 뭐 꼭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건 아니고요. 뭐 아무튼 고전이라면 책을 읽고 나서 시간을 낭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거란 말이죠.

안 : 그런데 대부분의 고전은 두껍고, 어렵고, 지루한 책 아닌가요?

J : 고전이라고 해서 꼭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춘향전」도 우리가 흔히 읽는 책들이잖아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현대 로맨틱 영화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요.

안 : 꺅! 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정말 좋아해요. 그럼 이번 책은 「오만과 편견」으로 하겠어요.


고전 읽기의 즐거움
하루에도 수십권의 책이 쏟아진다. 이런 책들 가운데 읽을 책을 고른다는 것이 때로는 독서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크리스티아네 취른트는 저서 「사람이 읽어야할 모든 것 책」에서 “사람들이 읽는 모든 책은 개인적인 경험과 결합된 것이긴 하지만 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발견해야 하는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럴때 고전을 선택하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마이클 더다는 저서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고전은 순전히 교육적인 측면이 강해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세대 아니 수세기에 걸쳐 사람들이 그 책들을 읽을만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고전이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안 : 짠. J씨 저 「오만과 편견」 다 읽었어요. 너무너무 재밌더군요. 몇년전 영화로 나왔던 ‘오만과 편견’의 원작이더군요. ‘브릿짓 존슨의 일기’도 이 책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J : 만족할만한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책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네요.

안 : 사실 요즘 독서할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갑자기 친구들 만날 기회도 많아졌고, 여러 모임에도 많이 나갔거든요.

J : 책 읽는데도 어느 정도 요령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독서마라톤’이라는 게 있는데 하루에 독서에 사용할 시간을 미리 할당하는 거죠. 처음에는 30분으로 시작해서 1시간, 2시간으로 늘려가다보면 독서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거에요.

안 : 알겠어요. 노력해보죠.

J : 그렇다고 책을 빨리 읽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오히려 책 읽는 게 지겹다고 느껴지는 역효과가 생길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읽는 것도 좋지 않아요. 가끔 속으로 낭독을 하듯 책을 읽는 경우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단어만 머릿속에 들어오고 정작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죠. 파스칼은 “지나치게 빨리 읽거나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안 : 아 그렇군요. 자 그럼 이제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J :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익숙해졌다면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골라보세요. 그런 책을 읽으면서 시야를 넓혀나가는 것이 결국은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일 겁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책을 통해서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안 : 책을 통한 변화라.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책은 장식품이 아니다
간혹 책을 사서 책꽂이에 진열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독서가’이기보다는 ‘수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자신이 직접 산 책이라면 마음껏 밑줄을 그어나가며 읽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책의 중심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이렇게 하면 다음에 다시 책을 밑줄이 있는 중요한 부분만 읽어도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기억해낼 수 있다.
또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책의 내용도 쉽게 잊지 않고 자신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행동이라는 실천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한권의 책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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