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송별제로 대단원 막 내린 영등 퍼레이드
일부 주민들 불만 불참속 뒤늦게 논란 대두

▲ 23일 우도면 일대에서 영등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지난 23일 1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영등굿이 축제화 하면서 과연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지 여부를 놓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영등굿으로 진행되던 것이 퍼레이드 등 대형 축제화하면서 일부 마을주민들이 장소 문제 등을 놓고 불만을 제기했는가 하면 아예 참여조차 않는 등 잡음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를 찾는 내방신(來訪神) 영등할망이 어제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15일간 펼쳐진 신(神)바람축제, 영등퍼레이드가 막을 내렸다.

22일 오후 8시경 우도에 좌정한 영등할망은 면민들의 환영과 소망을 품은채 봄이 왔음을 알리고 23일 제주를 떠났다.

이번 행사는 우도면사무소 직원 및 각 리장, 부녀회장들이 주축을 이뤄 행사를 진행했다.

23일 있던 영등굿 외에도 영등할망을 모시고 각 마을을 도는 퍼레이드가 진행돼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 23일 우도면 일대에서 영등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그러나 이번 영등제가 바다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간절함과 극진함을 외면한 단지 ‘페스티발’로 끝나버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도 영등굿에는 12개 마을 중 해녀 40여명이 소속된 마을 하나가 불참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마을은 기존 영등굿이 열렸던 신당이 있는 마을로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가 주관한 이래 영등굿을 담당하던 구역이다.

마을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중단된 영등굿을 보존하고자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에서 하우목동에 요청을 했고 회의를 거듭한 결과 지난 2년간 하우목동 신당에서 영등굿을 지냈던 바 있다.

하우목동은 자체적으로도 1월과 7월 1년 두 차례 굿을 진행할 만큼 해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 시기에는 지역 해녀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장집에도 가지 않고, 합방 또한 하지 않는 등 부정한 것을 멀리하며 지극 정성으로 준비했다.

특히 지난 2년간은 별다른 지원없이 이 마을 해녀들이 동원돼 영등굿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리사무소에서 영등할망께 절을 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문제는 영등굿을 하는 장소를 옮기는 데서 발생했다.

영등굿을 우도면 전 지역 축제로 확대하고자 추진하면서 마을 해녀와 선주들이 중심이 돼 이뤄지던 이 영등굿을 면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굿을 치르는 장소도 체육관, 면사무소 광장 등이 거론되다가 바다에서 지내야 한다는 주민들의 반발에 천진항 일대로 정해졌다.

이 과정에서 처음 칠머리당보존회와 얘기할 당시 장소를 옮기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던 하우목동 해녀들은 이번 영등 퍼레이드에 동참하지 않았다.

▲ 우도 각 기관 및 리별 소망을 담을 깃대를 들고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영유 우도면장은 “이건 굿이 아닌 단지 하나의 축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잠수회장이 면에서 한다고 하면 면 의견을 따라서 하겠다고 말했었다”며 “잠수회와 마을회에 진짜 면에서 해도 되겠느냐 공식적 자리에서 의견을 모았고 면에서 하는 것으로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간 자체적으로 해왔는데 면 전체로 하니까 괜히 아쉬워서 그런 것”이라며 “지역사람들은 이렇게 축제가 잘 될 줄 몰랐다. 사람들이 나와 노상에서 무사안녕을 빌어주고 서로 격려해주면서 바다, 해녀들의 안전을 빌어주니까 좋다고 평가했다”고 전체적인 평을 언급했다.
 
행사를 확대한 이유와 관련해선, “우도 지역의 화합·무사안녕을 빌면서 과거 우도지역이 토속적으로 가졌던 민간신앙과 같은 것들을 재인식 시켜주기 위한 것”이라며 “해녀들이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느껴야 할텐데 삶의 터전임에도 긍지를 갖지 못하고 계속 지속돼 왔다. 이 축제를 통해 재인식 시켜주고자 한다”고 취지를 말했다.
 
그러나 조직위 구성에는 각 마을마다 있는 4개리 잠수회장, 12개동 잠수회장의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면장은 “내년 조직위 때는 잠수회를 꼭 참석시키겠다. 올해도 첫날 진행된 행사 일부에는 참여했지만 바다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들의 땅으로 떠밀려 가는 선원들을 숨겨줬다가 세 도막으로 찢겨 바다에 버려진 영등할망. 몸은 비록 억울하게 죽었지만 그 영혼만은 살아서 매년 제주를 찾고 있다. 바람을 다스리고 씨를 뿌리며 제주 일대를 돌보고 제주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떠난다.

물결의 잔잔함이 급히 요동칠 때 삶의 터전인 바다는 갑자기 죽음의 두려움이 서리는 곳으로 변한다.
 
이 때 해녀들과 선주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영등할망’의 존재다.
 
결국 마을 해녀들이 한 해의 무사와 수확을 기원하며 영등할망께 빌던 이 영등굿의 의미...그 안에 담긴 간절한 소망이 단지 즐기는 축제로 퇴색돼 버리는 것은 아닐까.

▲ 23일 우도면 일대에서 영등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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