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올해 첫 운영 4.3주간 추모분위기 조성에 ‘찬물’ 우려

▲ 제주도민일보 허성찬 기자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제주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인 ‘제주 왕벚꽃 축제’가 내달 1~10일 열린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농로와 제주대입구, 장전리 3곳에서 분산 개최하는 등 판을 키워 제주를 넘어 전국에서 손꼽히는 벚꽃축제로 만든다는 각오다.

하지만 꼭 4.3추념기간과 맞물려야 했을까.

68년 전 4월.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비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군·경과 서북청년단의 무자비한 총칼에 학살되어졌다.

그때의 아픔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게 제주4.3의 시대정신이다.

이런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 확산을 위해 제주도는 올해 처음으로 4.3추념기간을 지정했다.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운영되는 4.3추념기간에는 제주도는 물론 교육청 및 유관기관, 여러 4.3관련 단체들이 평화인권교육, 미술전, 거리행진, 추념시화전 등 추모분위기 조성에 나선다고 한다.

하지만 왕벚꽃 축제가 내달 1일부터 열리면서 자칫 추모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지역 축제 대부분이 행사장 안에 마련된 천막에서 음주가 지나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제주도민일보DB]4.3추념식 모습

이 때문에 제주도도 제주시에 왕벚꽃 축제시 음주 가무 등 흥을 돋우는 분위기를 자제해 주도록 긴급 요청했다.

특히 4.3희생자유족회 측에서도 왕벚꽃 축제 일정을 앞당겨줄 것을 제주시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축제 일정 변경은 힘들다는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물론 왕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축제 기간을 정해 축제 일정 변경이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평년보다 벚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축제 막바지에는 벚꽃이 없는 축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 [제주도민일보DB]전농로 왕벚꽃 거리

제주시도 추모분위기 동참을 위해 4월 3일 당일 메인무대를 활용해 봉개동 평화공원에서 거행되는 추념식을 중계해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시간을 편성하고, 당초 계획했던 명가수 콘테스트 및 비보잉 댄스 등의 프로그램은 취소하는 등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화해와 상생의 제주4.3, 68년 전 그날을 생각한다면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을 위해 제주시가 한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됐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 [제주도민일보DB]지난해 제주왕벚꽃축제 당시 먹거리장터에 몰린 도민과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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