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제사 모셔도 호적상 입증 안돼…지원대상서 제외
정확한 인원 파악 급선무…4.3특별법 개정만이 ‘해결책’

▲ 지난해 4.3추념식 당시 모습. 유족들이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서 합장한 채 기도를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제주도민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 현대사의 유례없는 제노사이드인 제주4.3사건. 어느덧 68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족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내온 사실상 양자들은 호적상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특별법 개정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4.3희생자 및 유족복지 정책은 생활보조비, 생존자 의료비, 유족 진료비 및 며느리 진료비 등이 있다. 생존희생자 본인과 직계존비속을 대상으로 한다.

생활보조비는 생존희생자(후유장애, 수형자) 와 80세 이상 1세대 유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생존희생자는 매월 30만원, 유족은 5만원이 지원된다.

생존자 의료비는 100% 지원(비급여 특수촬영비는 년간 30만원 이내)되고, 유족 진료비 와 며느리 진료비는 61세 이상 유족을 대상으로 외래진료시 본인부담액 중 30%을 지원하게 돼 있다.

▲ 지난해 4.3추념식 당시 모습.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유족이 머리가 다 젖은 채로 행방불명인 묘 앞에서 제사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생존희생자 306명, 유족 1만6978명, 며느리 2319명 등 1만7248명에게 38억 5100만원이 지원됐다.

문제는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 ‘사실상 양자(호적부나 가족관계등록부에 입양신고를 하지는 않았으나, 서로간 입양의 의사가 있었고 종중의 족보에도 자로 기재되어 있고 실제상 양자로서 생활해 온 자)’는 호적상 유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유족 및 의료비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특히 4.3사건 당시 수많은 인원이 총·칼에 쓰러지면서 친척들간 사실상 양자로 가는 사례는 비일비재 했던 상황.

제주도는 이런 사실상 양자 관계에 있는 사람을 100~2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4.3희생자 유족회 측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딱 1가지, 4.3특별법 개정을 통한 유족 지위를 인정받는 방법이다.

그러나 재산권 등 민법상 문제가 걸려있어 4.3특별법 개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읍·면·동 각 지회별로 사실상 양자들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양 유족회장은 또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4.3유족 지위 인정이 되도록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며 “시간이 걸려도 사실상 양자들이 유족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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