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역농협, 농민위한 조직인가?⑤ 비위 혐의 소장만 감사 어물쩍...
대정농민들, “대정농협에 무 묻었다던 날짜 업무일지 요청했더니 ‘없다’”
농협제주본부, “그 때는 조용하다 왜 지금에야."..문제

▲ [제주도민일보 DB]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농협제주지역본부(본부장 강덕재)가 지난해 말 대정농협 유통센터를 대상으로 벌인 감사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판매실적이 사라진 사실이 감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제주지역 농협을 관리, 감독해야 할 농협제주지역본부가 해당 사항이 감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대상에서 배제하면서 농민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협제주지역본부 지역검사국이 ‘수박 겉핥기 식, 제 식구 감싸기’ 감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협제주지역본부 지역검사국 관계자는 15일 <제주도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대정농협 유통센터를 감사한 결과 행위자(유통센터 소장)에 대한 징계처분만 내렸다”며 “당시 유통센터 소장은 업무시간에 개인 목적으로 농산물 매취사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복무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판매실적이 사라졌다는 내용은 거론되지 않아서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통센터 소장의 비위 혐의만 감사해서 결론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후감사는)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며 “당시에는 제기된 혐의에 대해서만 감사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뒤 늦은 사건을 왜 이제야 문제제기 하는지 농민들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돈을 못 받았으면 그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아무 말이 없다가 왜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냐”며 “(농민들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자님이)생각하기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이 같은 농협제주지역본부의 입장에 대해 자기 식구 감싸기 위한 감사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정농협 조합원 및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당시 유통센터 소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사건을 묻으려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문성권 대정읍농민회 회장은 “당시 농협제주지역본부에서 감사만 제대로 이뤄졌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농협제주지역본부가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감사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정농협 조합원 및 농민들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판매실적이 없다는 대정농협의 입장에 기가 찼다. 대정농협은 당시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전표가 없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정농협 측은 농민 조합원들에게 무를 땅속에 파묻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민 조합원들은 대정농협에 뭔가 기록이 남아 있을 것 이란 기대감에 “그렇다면 무를 파 묻었을 당시의 업무일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정농협 측은 조합원과 농민들에게 끝내 업무일지를 제시하지 못했다.

문 회장은 이에 대해 “관내 농민단체들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대정농협 측이 당시 비상품 월동 무를 모두 파묻어 버렸다고 설명하더라. 그렇다면 파묻었던 날짜의 업무일지를 보여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대정농협 측이) 당시 업무일지도 없다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냐. 분명 당시 소장한테만 책임을 지게하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지금 이 문제는 농민들이 못 받은 돈을 받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대정농협 유통센터 소장이란 사람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한 뒤 벌어들인 금액을 개인이 착복한 것이 더 문제”라며 “이는 소장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농협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협제주지역본부는 2년에 한 차례 도내 지역농협을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인다. 이 외에도 조합원에게 피해를 줬거나 직원이 횡령 사건을 일으켰을 때 등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감사를 벌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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