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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국방부가 23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약정 체결을 돌연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가 당초 이날 오전 11시 약정 체결을 발표키로 했으나 예정시간을 한 시간 가량 앞두고 갑작스럽게 '연기' 발표를 내놓으면서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군 안팎에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訪美)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 부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사드 배치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 만큼, 중국 측의 반응을 확인한 뒤 발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국방부는 이날 약정 체결 연기를 발표하면서 "하루, 이틀 뒤 약정 체결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왕이 부장의 방미 일정(23~25일)과 겹친다.

이는 미국 측의 막판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과의 '담판'을 앞두고 사드 배치 분위기를 띄운 뒤 중국 측의 반응을 떠보는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최근 사드 배치 문제를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이끄는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자신들이 가진 대북(對北)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와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 대북 압박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양국이 협의에 착수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드 레이더의 인체 유해성 논란과 배치 후보지 선정 문제, 비용 분담 등 민감한 쟁점이 많은 만큼 이를 본격 논의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약정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민감한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논의에 앞선 사전 준비 단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 등에서 "한미 양국 간 이견은 없다. 원만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군 안팎에선 전격 연기 발표의 배경이 무엇이든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 사안에 대해 국방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연기 결정을 급박하게 발표한 것을 두고는 중국을 의식한 미국의 '시간 끌기' 전략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우리 외교·안보라인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수위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최종 담판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방부가 섣부르게 한미 공동실무단 협의 시작을 알렸다는 것이다. 공동실무단 가동이 미뤄지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조성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같은 '외교·안보라인 혼선' 지적과 관련해 국방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한미 동맹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블링큰 부장관의 '대중(對中) 지렛대' 시사 발언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읽혀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인 만큼 미국 측의 입장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국익에 따라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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