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신체조직 기증 통해 전 세계 27명에 새 생명·삶 선물
오는 6일 노형성당서 발인… 황사평 천주교묘역서 영면
14일 고 김유나 양 19번째 생일, 가족들 하염없이 눈물만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고 김유나 양의 어머니인 이선경(사진 가운데)씨가 3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친인척과 수녀 등과 함께 딸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전 세계 27명에게 새 생명·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 김유나(19) 양이 영면을 위해 고향 제주땅을 밟았다.

고 김유나 양은 3일 오후 8시 25분 제주국제공항에 부모인 김제박(50, 믿거나말거나박물관대표)·이선경(45)씨와 남동생 등과 함께 항공편을 통해 도착했다.

현장에서 김 양의 친인척과 수녀 등이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제주공항을 떠난 고 김유나 양의 유골은 제주시 노형성당에 안치된 후 오는 6일 장례미사 치른 뒤 제주시 황사평 천주교 묘역에 안장된다.

한편, 오는 14일이 고 김유나 양의 19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어, 이를 아는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이었다.

고 김유나 양은 지난 24일 새벽 2시 43분(우리시간) 미국 애리조나의 한 병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치료를 받고 있던 김유나(19)양에게 의료진은 뇌사판정을 내렸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딸의 사고를 듣자마자 제주에서 미국으로 달려간 유나 양의 부모는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가 되어 살아가겠다'는 딸아이의 바람처럼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심장, 폐, 간, 췌장, 안구, 조혈모세포, 신장 등의 주요 장기는 7명에게 기증되어 새 생명을 얻었고, 피부·혈관·뼈·신경·림프선 등의 신체조직일부 등은 20명에게 이식되어 새 삶을 선물했다.

고 김유나 양은 2년 전 여동생과 함께 유학을 떠나기 전 홀로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외할머니를 병간호할 정도 효심이 남다른 소녀였다.

아라중학교를 졸업한 후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겠다'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의 꿈을 이루기 위해 큰이모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의 한 크리스천 고교에 입학했었다.

유학생활을 하던 중 지난 21일 오전(미국시간) 사촌언니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교차로에서 좌회던을 하던 중 과속운전한 가해차량이 김 양이 타고 있던 차량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한편,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던 외사촌언니와 여동생은 차량에 설치된 에어백이 터지면서 목숨을 건졌다. 현재 동생은 다리가 골절되어 3개월간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고 김유나 양.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제주국제공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 

다음은 김유나 양의 어머니인 이선경씨가 편지 형식으로 딸에게 남긴 글이다.


사랑하는 내 딸 유나야.

엄마는 네가 세상에 없다고 믿지 않는단다. 새 생명을 갖고 다시 태어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어.

지난 21일 새벽 미국에서 네가 등굣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1%의 기적이 생기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커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말에 머릿속이 정말 하얘지더구나.

무작정 올라탄 비행기 안에서 혹시나 하는 두려움 그리고 희망.

유나야! 유나야! 힘내! 왜 네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아직 19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은데 엄마, 아빠 동생들을 두고 그렇게 바삐 가려고 하는지….

예쁜 유나. 사랑스러운 유나. 항상 앞좌석만 타고 가다가 웬일로 그날 뒷좌석에 앉았어. 동생 대신 착한 네가 다쳤나 보다.

동생을 지키려고 네가 그랬나 보다.

그리고 뇌사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를 단 네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뇌병변을 갖고 힘들게 사는 17살 소녀 기사를 봤었지. 그 소녀 아이는 뇌사상태가 되자 신자인 아버지가 생활도 어려운 형편에서 딸아이 장기기증을 선택해 여러 명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줬다는….

엄마는 두렵다.

너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느님의 뜻일까.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던 네 마음을 이렇게 하느님이 결정해주신 건 아닐까.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내리기 힘든 결정을 했단다.

어제 수술대에 오른 너의 모습이 마지막이었지.

그리고 심장과 피부, 폐, 간, 췌장, 뼈 … 그리고 너의 사랑스러운 눈까지.

네 심장으로 다른 사람은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겠지. 네 눈으로 어떤 이는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겠지.

엄마는 그걸로 충분하단다.

네가 어릴 적 초등학교 4학년 때였지. '제가 죽으면 지옥에 있을까요? 천국에 있을까요?'하고 썼던 일기장.

넌 천국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천사가 돼 있을 거야.

성당 가는 걸 좋아했던 네가 부활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는구나.

너는 27명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껏 잘 커 줘서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해.

유나야! 19년이란 짧은 인생이었지만 행복했지?

엄마 늘 널 위해 기도한단다. 사랑한다 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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